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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글로벌 1위 정조준"···HVDC 키우는 조현준 효성 회장의 '뚝심'

산업 재계

"글로벌 1위 정조준"···HVDC 키우는 조현준 효성 회장의 '뚝심'

등록 2025.07.30 16:00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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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중공업, 창원서 'HVDC 변압기 공장' 착공식 글로벌 기업 독점 구도 깨고 '독자기술'로 도전장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중책 기대감↑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이 차세대 전력망 시장의 격전지로 꼽히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3300억원의 통큰 투자를 결정했다. AI(인공지능)·친환경 트렌드 속 전력망 교체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측면 지원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재계에선 효성의 경쟁력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데 주목하며 뚝심으로 사업을 키운 조현준 회장의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있다.

30일 효성중공업은 이날 경남 창원공장에서 이상운 부회장과 정치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HVDC 변압기 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효성이 2540억원을 들여 창원공장 부지(약 2만9600㎡)에 구축하는 생산시설은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공장 중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27년 7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이뤄진다. 이와 별도로 효성중공업은 '대용량 전압형 컨버터 시스템' 제작시설 증축, 연구개발(R&D)을 확대 등 관련 분야에 2년간 총 3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HVDC는 장거리 송전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HVAC(초고압교류송전)와 비교해 에너지 손실이 적고 효율이 높으며 날씨에 따라 출력이 유동적인 재생에너지원과의 연계가 쉽다는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바다 위에서 생산되는 해상풍력 전력을 육지로 끌어오려면 HVDC 기술을 필요로 한다.

조현준 회장 뚝심에 '글로벌 기업' 거듭난 효성중공업



이처럼 조현준 회장이 HVDC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은 전세계적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나라별 탄소중립 정책과 함께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서 전력 인프라 전환, 장거리 고효율 송전 등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HVDC 변압기 시장은 GE, 지멘스, 히다치 등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관련 기술을 외국에 의존해왔으나, 효성중공업이 2017년부터 1000억원을 들여 독자기술을 확보하면서 지난해 국산화에 성공한 상태다. 이번 효성중공업의 HVDC 국산화 역시 이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것으로 시장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견제도 예상된다.

조현준 회장은 미래를 향한 혜안을 갖고 효성중공업에 줄곧 힘을 실었다. 2010년대 글로벌 전력시장 위축으로 효성중공업이 실적 악화와 적자 부담에 시달리면서 그룹 내에서 '돈 먹는 하마'라고 비웃을 때도 조 회장은 투자를 밀어붙여 오늘날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만들었다.

평소 조현준 회장은 "중공업의 모든 분야가 중요하지만 HVDC가 특히 제일 중요하고 세계 1등이 되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어떤 회사보다 저력이 있기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조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조현준 회장은 글로벌 전력시장 침체, 유럽 선진 업체와의 기술력 격차 속에서도 AI 스마트팩토리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미래전력망 관련 R&D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20년 인수한 멤피스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자 1억5000만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올해는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결과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 분야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는 사상 첫 매출 5조원, 영업익 5000억원 시대를 열 전망이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성공 중책 떠안은 효성



아울러 효성중공업의 HVDC 투자는 이재명 정부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와 직결됐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새 정부는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해 호남지역 재생에너지 단지와 수도권을 전력망으로 연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총 620km 길이의 해저 송전망을 매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신해남부터 태안·서인천을 연결하는 430km 구간과 새만금에서 영흥으로 이어지는 190km 구간으로 나뉘는데, 총 사업비만 11조원에 이른다. 당초 한국전력은 2036년을 목표로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가 이재명 정부에 접어들어 준공 시기를 6년 앞당겼다.

업계에선 효성중공업이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술을 활용해야 고장 시 신속하게 대처하는 등 전력망 유지보수가 수월해져서다.

2028년 변압기 생산력 20%↑···토탈 솔루션 제공사로 탈바꿈



효성중공업은 향후 2GW(2000 MW)급 대용량 전압형 HVDC를 개발한다. 소수의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국산 기술'로 입지를 다진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시스템 설계부터 기자재(컨버터·제어기·변압기 등) 생산까지 가능한 국내 유일의 HVDC 토탈 솔루션 제공사로 탈바꿈한다는 비전도 수립했다.

신축 HVDC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8년엔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의 전체 변압기 생산능력이 지금보다 약 20% 향상된다.

전세계적으로 폭증하는 교류 전력시장 수요와 미래 성장성이 높은 직류 전력시장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상운 부회장은 기공식 중 "해외업체가 선점한 전압형 HVDC 기술은 미래 송전망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기술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효성중공업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솔루션 리더로서 HVDC 기술 국산화를 선도해 'K-전력'의 위상을 떨칠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HVDC 시장 규모가 2024년 기준 약 122억달러(약 16조 8000억원)에서 연평균 8.1% 성장해 2034년엔 264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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