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 임상 전략 가속화EMA·FDA, 임상3상 면제 정책···개발 '파란불'MSD, SC 제형 독점 라이선스···점유율 방어 나서
23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2018년 72억달러(약 10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22년 209억3700만달러(약 29조9147억원), 2023년 250억1100만달러(약 35조7357억원), 지난해 294억8200만달러(약 42조1238억원)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글로벌 매출 순위는 2018년 5위에서 2023년 1위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도 1위를 지켰다. 지난 2012년부터 9년간 매출 1위를 지켰던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는 2023년 2위로 밀려난 데 이어 지난해 5위 밖으로 밀려났다. 노보 노디스크의 GLP-1 단일 작용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 178억달러(약 26조원)로 2위를 차지했다.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신세포암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면역항암제다. 주요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PD-L1 바이오마커를 타깃하고 있어 여러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오는 2028년 특허 만료가 예정돼 국내외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4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의 글로벌 임상 1·3상을 동시 진행하는 '오버랩' 전략에 착수했다.
통상 신약 개발 시 임상은 임상 1상(안전성 확인)→임상 2상(용량 탐색)→임상 3상(유효성·비열등성 확인)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허가당국과 협의해 1상을 완료하기 전 3상을 설계 및 개시해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서 지난해 1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4개 국가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SB-27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4월 14개 국가에서 전이성 비소세포암 환자 616명을 대상으로 비교 임상 3상에도 착수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8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의 미국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 받았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총 606명을 대상으로 2년 간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오리지널 의약품 키트루다와 CT-P51 간의 유효성·동등성 등을 입증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키트루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등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여 CT-P51의 매출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약 32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 공략 준비를 위해 CT-P51의 개발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이 바이오시밀러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가이드 초안을 발표하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더 가속화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EMA가 내놓은 가이드 초안 핵심은 바이오시밀러가 구조적·기능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충분히 유사하다는 점을 입증할 경우, 대규모 임상 3상 시험 없이도 품목 허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EMA는 오는 9월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가이드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실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일부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에이프로젠의 자회사 AP헬스케어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AP096'에 대해 임상1상과 3상 시험을 동시에 추진하려고 했으나 EMA의 발표 후 임상1상 시험만 완료하고 EM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에이프로젠은 개발 중인 키트루다, 리툭산, 아바스틴, 듀피슨트 바이오시밀러 등의 개발 전략도 임상1상 시험만 수행하고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쪽으로 수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임상3상 면제정책 채택 기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세계 각국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최근 독일 바이오시밀러 업체 포미콘(Formycon)이 미국 FDA 권고에 따라 키트루다 임상3상 시험을 전격적으로 중단하고 품질분석자료와 임상1상 데이터만으로 바로 품목허가 준비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 영국 MHPRA, 한국 MFDS, WHO 등 선진 의약품 규제청들이 모인 국제의약품규제자협회(IPRP)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허가에 있어 임상3상 효능임상 자료가 불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과학적 허가지침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AP헬스케어 관계자는 "EMA나 미국 FDA 등의 임상3상 면제 정책 기조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에게는 수천억원의 임상비용 절감과 빠른 상업화라는 수혜를 줄 것"이라며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상업화는 임상시험이 아니라 생산기술과 품질시스템을 갖춘 cGMP시설 보유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개발사 MSD는 키트루다의 점유율 방어를 위해 제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MSD는 정맥주사(IV) 제형인 키트루다를 SC 제형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해 국내 기업인 알테오젠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2020년 맺은 비독점적 계약을 특정 제품군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형태였다.
MSD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폐암학회(ELCC)에서 키트루다 SC 임상 3상 결과를 구두로 발표했다. IV 제형과 동등성을 입증했으며 유효성, 부작용은 소폭 개선되며 연내 FDA에 허가 신청과 승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MSD는 오는 9월 23일 FDA 승인을 받아낸 후 일주일만인 10월 1일 빠르게 출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알테오젠은 2027년에서 2028년 사이 로열티 제외 10억55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키트루다 SC는 출시될 경우 2040년까지 특허를 보호받는다. 이 경우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며 매출이 급감한 애브비의 '휴미라'와 달리 어느 정도 점유율 방어가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휴미라는 2022년 매출액이 212억3700만 달러(28조8000억원)로 글로벌 매출 2위였으나 2023년 특허 만료 후 지난해 매출 89억9300만달러(약 12조8509억원)까지 급락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벨류에이트(Evaluate)는 키트루다가 올해 300억달러(약 43조7300억원)를 넘어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벨류에이트는 "단일 약물로는 미국 머크의 키트루다가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특히 2025년에는 피하주사제형에 대한 허가가 예상되어 특허 연장을 통한 제품 수명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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