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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SG 양극화, 업계 스탠다드 높여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ESG 양극화, 업계 스탠다드 높여야

등록 2024.11.18 08:00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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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고3 수험생이 수능 성적표를 기다리듯 국내 기업도 이맘때면 매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이 있다. 최근 들어 점점 더 시장의 주목을 받는 ESG 등급이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최근 국내 기업의 '2024년 ESG 평가·등급'을 공개했다.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높은 통합 S(탁월) 등급을 받은 곳은 없었고, 다음으로 높은 A+(매우우수)를 받은 기업은 동아쏘시오홀딩스와 HK이노엔 두 곳 뿐이었다.

2년 연속 A+ 등급을 받으며 순항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A(우수)등급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A+등급에 올랐던 SK케미칼 역시 올해는 한 단계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A+ 등급을 받은 기업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두 곳에 그쳤다.

A등급에 올라선 기업은 소폭 늘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홀딩스), 동아에스티, 보령,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등 총 14개 사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곳이 늘어났다. B+(양호) 등급은 CJ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JW중외제약, LG화학, 대웅, 리가켐바이오, 종근당바이오, 한미사이언스 등 20곳이다.

지난해 D등급을 받은 메디톡스와 B등급을 기록한 대원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지씨셀이 나란히 B+로 상승하며 제약바이오 상장사 중 36곳이 비교적 양호하거나 우수한 ESG경영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외에 C등급(취약)·D등급 기업은 56곳으로 지난해보다 6곳 줄었다.

상위권이 소폭 늘고 하위권이 줄며 매년 ESG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던 제약바이오 업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도 나왔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딱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올해 평가에서는 D등급을 받은 기업만 28곳으로, 이들 기업 대부분은 지난해에도 D등급을 받은 중소·중견 제약사다. D등급은 ESG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으로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단계다.

메디톡스 같은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취약 등급 이하에서 양호, 우수 등급으로 올라선 사례는 극히 드물어 ESG 성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는 CDMO 그룹과 전통 대형 제약사를 비롯한 모범생과 매출 5000억원을 밑돌며 허덕이는 중소 제약사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올초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하는 등 제도적 측면에서도 ESG경영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ESG 경영은 곧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의무 사항이 될 것이다.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기준도 글로벌 수준으로, KCGS 역시 지난 2022년부터 글로벌 기준에 따라 ESG등급을 매기고 있다.

수능을 두고 흔히들 '12년의 결실'이라 부른다. 제약바이오사는 가까운 미래에 '불수능'을 통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루 이틀 준비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6년 이후에나 시행한다는 이유로 넋 놓고 있다간 영영 하위권 탈출은 불가능하다. 다가올 ESG 공시 의무화 대비는 1~2년으로는 충분치 않다. 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업계 전반의 스탠다드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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