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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2030년엔 세계 1위?···무너지는 삼성 파운드리의 희망

산업 전기·전자

2030년엔 세계 1위?···무너지는 삼성 파운드리의 희망

등록 2024.11.06 14:18

수정 2024.11.06 17:44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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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파운드리 1조원대 적자 추정투자 줄어들 전망, TSCM와 협업 가능성도저조한 수율·고객과 경쟁 등 복합적 문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를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밝혔지만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적자를 지속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를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밝혔지만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적자를 지속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시한 '파운드리 세계 1위'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사 물량까지 내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부문마저 TSMC와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인 HBM4를 통해 인공지능(AI) 붐에 편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희미해졌다.

6일 삼성전자가 앞서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액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 보면 나쁘지 않다. 매출액은 1년 전보다 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시장 기대치에는 한참 밑도는 성적이었다. 증권가는 당초 DS부문 영업이익을 4조~6조원대로 전망했었다.

그 중에서도 파운드리 부문이 적자로 DS부문의 성적을 깎아먹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의 성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모바일 및 PC수요 회복이 기대보다 부진한 가운데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추정으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3분기 약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한다. 오는 4분기 역시 영업손실을 기록, 4개 분기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세계 1위'라는 꿈이 '일장춘몽'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육성해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현실은 보다 냉혹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초 필리핀 방문 중 로이터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 관련 "(이들 사업을)분사하는데 관심이 없다. 우리는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고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마저도 무색할 정도다.

이번 실적발표에서도 파운드리 부문 운신의 폭은 좁아진 모습이다. 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자사 물량 확보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를 운영 중이고 투자 규모는 축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HBM4와 관련해서는 "복수 고객사들과 커스텀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커스텀 HBM은 고객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에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삼성전자 자사 파운드리를 고집하기 보다 외부와의 협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정사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글로벌 1위이자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TSMC와의 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HBM4부터는 제조 공정이 변화되고 파운드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에 당초 삼성전자는 자사의 경우 파운드리를 보유하고 있어 메모리, 파운드리 등 턴키(일괄 생산) 솔루션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HBM 경쟁에서 고전하자 '적과의 동침'마저 택했다는 풀이다.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 독주체제인 HBM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입장에서는 희소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자사 물량 확보마저 불투명해졌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메모리 사업 출신들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고 파운드리 사업은 다소 등한시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기술적인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이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저조한 수율(완성품 비율)로 인해 새로운 고객 확보는 둘째치더라도 기존 고객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거래기업과 경쟁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는 고객이 될 수 있지만 모바일 부문에서는 경쟁사다. 즉 고객사들에게는 영업비밀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잔존한다는 얘기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의 모토와 대조되는 지점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두 마리 토끼를 쫓던 삼성전자가 결국 한 마리 토끼인 HBM 시장이라도 잡으려고 TSMC와의 협업가능성을 얘기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3나노 공정 저조한 수율이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고 이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들어서 팔면 되는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는 고객 중심 문화가 중요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는 메모리 문화가 중심"이라며 "또한 양산성이나 내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계 최초' 등 타이틀에 얽매여 보여주기식, 단기 실적에 급급했던 것이 패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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