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08일 금요일

  • 서울

  • 인천

  • 백령

  • 춘천

  • 강릉

  • 청주

  • 수원

  • 안동

  • 울릉도

  • 독도

  • 대전

  • 전주

  • 광주

  • 목포

  • 여수

  • 대구

  • 울산

  • 창원

  • 부산

  • 제주

산업 지금 버릴 두 가지는 '자존심과 조바심'···"백 투 더 베이직"

산업 전기·전자 삼성의 위기 돌파법

지금 버릴 두 가지는 '자존심과 조바심'···"백 투 더 베이직"

등록 2024.10.30 08:03

수정 2024.10.30 08:05

정단비

  기자

공유

현재 위기는 과거와 달라···당장 눈 앞에 닥쳐HBM은 SK하이닉스, 파운드리는 TSMC와 격차"같은 실패 되풀이 안돼" 선대회장 말 새길 때

삼성전자가 TSMC와 SK하이닉스와는 달리 AI 반도체 시장에서 힘을 못쓰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삼성전자가 TSMC와 SK하이닉스와는 달리 AI 반도체 시장에서 힘을 못쓰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삼성전자의 위기'

삼성전자에 '위기'는 마치 1등 기업의 숙명처럼 따라붙었던 수식어다. 다만 과거와 현재의 위기는 사뭇 다르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자만을 끊임없이 경계하며 삼성전자의 위기를 논했다. 오랜 기간 1등 자리를 지켜온 데 따른 자만이었을까, 타성에 젖어서였을까. 지금은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삼성전자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미래가 아닌 당장 눈앞에 닥쳐있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삼성전자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을 먼저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현 상황에 대해 일희일비하기보다 연구개발(R&D)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조~5조원대로 추정된다. 정확한 부문별 실적은 오는 31일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4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만 7조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들의 이익격차는 5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3분기 격차를 크게 벌렸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차지해 왔던 '메모리 왕좌' 자리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목 받은 HBM 시장에서 우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어줬던 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HBM이라는 날개를 단 SK하이닉스는 고공행진을, 그렇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추락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AI 프로세서와 함께 HBM이 시장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었다"며 "작년부터 올해 2년간 예상 영업이익 합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2조5000억원, SK하이닉스 15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AI 라는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기업의 전략적 대응의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운드리 부문은 업계 1위 TSMC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점유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만의 영업이익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이 작년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적자를 지속, 상반기에만 1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 외에 가전이나 모바일 부문에서도 초격차를 논하기는 어렵다. 모바일 부문의 1위 자리는 위태롭고 가전 부문은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결국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을 강조한다. 당장의 눈앞에 경쟁, 이익을 쫓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R&D에 몰두하고 또 다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영업, 개발 등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던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말처럼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같은 실패를 반복하려 하지 않는 담대함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옴니아'라는 실패를 맛봄으로써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최근 경쟁에서 밀린 HBM, 파운드리 등의 사례들로 볼 때 제일 중요한 교훈은 양산성을 고려한 R&D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더불어 인재들이 유출, 이탈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경쟁력,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R&D에 집중하는 것은 영원한 진리"라며 "HBM이나 파운드리나 2등 기업이기 때문에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일수록 R&D나 시설투자 등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보다 과감한 의사결정,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인수합병(M&A)이 분위기를 반전 시킬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미국 전장전문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굵직한 M&A는 없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 성과 위주로 인한 경영진들의 시장 예측 실패, 2018년 메모리 호황기 때의 방심, AI 시대 대비와 관련해 다소 보수적 결정 등이 누적된 결과"라며 "메모리 부문도 과거 모바일 중심에서 AI로 인해 하이 퍼포먼스 컴퓨팅이 부상했듯 메모리 분야 안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시설투자에 현금을 활용하는 등 시기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M&A도 중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