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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소액주주 보호 vs 소송 남발···'이사 충실의무 확대' 일파만파

산업 재계

소액주주 보호 vs 소송 남발···'이사 충실의무 확대' 일파만파

등록 2024.06.11 16:06

정단비

  기자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이사 충실의무' 상법 개정안도 포함재계 "경영 혼란 초래" 우려 목소리

정부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정부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재계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고자 꺼내든 카드로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재계에서는 오히려 주주간 이해 충돌시 소송 남발 등 경영 활동에 있어 리스크로 존재,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의견수렴 절차 후 22대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된 하반기부터 상법 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한 개정을 착수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개정안은 '회사를 위해'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를 위해'로 바뀌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사회가 경영상의 이유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내려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상법 개정시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게 될 경우 회사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쪼개기 상장' 논란을 기점으로 앞선 국회에서도 추진됐던 바 있다. 지난 2020년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시켰고 직후 주가는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주주 권익 보호 및 가치 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해당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끝내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가 이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고 상법 개정도 그중 하나다. 결국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들의 가치를 밸류업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단체 등 재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법 개정은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이는 해외 입법사례에서 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지난 10일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전제로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인정 여부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모범회사법과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의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 한정된다. 일부에서 미 델라웨어주 회사법을 '이사의 충실의무(Duty of Loyalty)' 대상에 주주가 포함된 근거로 제시하나, 이는 회사 이익이 곧 주주 이익이라는 일반론적 문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코 이사가 회사 이익과 별개로 주주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영상의 문제도 집었다. 통상 배당, M&A 등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회사와 주주간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수주주는 배당 확대나 당장의 이익 분배를 요구하는 반면 지배주주는 여러 이유로 이익을 회사에 장기간 유보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다. 이같이 주주간 이해 충돌 발생시 소액주주들은 '이사 충실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법적 소송을 할 수 있고 소송 남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장은 현실화시킬 수 없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하다"며 "(이를 상법에서 강제할 경우)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을 지연시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기업들도 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시 오히려 기업의 발전을 저해, 궁극적으로는 전체적인 주주들의 이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회사와 주주간의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하기는 힘든데, 소송 남발로 이어질 경우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결국 기업 밸류업이라는 것이 회사의 성장이 뒷받침이 돼야하는 것인데 이같은 상법 개정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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