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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혼 판결' 여진 계속···SK 사업재편 향방 촉각

산업 재계

'이혼 판결' 여진 계속···SK 사업재편 향방 촉각

등록 2024.06.04 08:05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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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 개최최태원 회장 "그룹 경영에 매진"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주목

지난달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지난달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SK그룹의 수장인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결과가 나오면서 그룹의 사업재편 방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로 현금 마련의 필요성이 커진 최 회장이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게 될지 주목된다.

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한 최 회장은 최근 이혼 소송 항소심과 관련해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경영진들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고 SK 측은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장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이 참석한 채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과 관련해 "원고(최 회장)과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결과는 재산분할 금액도, 인정 범위도 1심과 달라진 결과였다. 1심에서는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최 회장의 보유 주식도 '특유 재산'으로 인정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위자료 및 재산분할 규모를 대폭 늘렸고 최 회장의 보유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위자료 및 재산 분할 규모는 국내 이혼 사상 최대다. 물론 최 회장 측은 이번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심 추진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상고심까지 결론이 나야 한다. 다만 대법원에서도 이를 뒤집지 못하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액과 위자료를 지불하기 전까지 내야 하는 하루 이자만 1억9000만원 규모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현금 마련이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최 회장이 현금 마련을 위해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수단으로는 배당, 주식담보 대출, 비상장사인 SK실트론 활용 등이 꼽힌다.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 마련을 하려면 이 세 가지 수단이 모두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수단도 있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다.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를 통해 계열사들도 지배하고 있는 형태로,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최 회장이 들고 있는 지분도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 4월 기준 최 회장의 SK㈜ 지분율을 보면 노 관장 등 특별관계자까지 합산해야 25.57%가 된다. 최 회장만 따지면 지분율은 17.73%로 줄어든다. 최 회장은 그중에서도 약 10.24% 지분을 질권설정, 주식담보 대출 등으로 활용한 상태다.

최 회장이 현금 마련을 위해 나머지 지분을 주담대 등으로 활용하려면 주가 부양은 필수다. 주가가 높을 수록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커진다. 또한 주담대 시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주가 부양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장이 SK그룹의 사업재편을 주목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인 최 의장 주도하에 그룹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 중에 있다. 이날 열린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대한 얘기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며 "우선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 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간 SK그룹 주가의 발목을 잡아 왔던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고강도 재편을 진행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통상 기업가치 제고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기업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 축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과거 자금난에도 투자를 이어갔던 사례를 비추어 보면 해당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분 투자, 비주력 사업 부문의 경우 지금도 일부 정리를 시도 중인데 속도라든지 방향성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사업재편 범위가 어느 정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대규모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SK는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만큼 수익성이 안 나는 사업이나 사업 회복에 장기간이 필요한 사업 등은 정리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보다는 인력 등 몸집 줄이기를 통해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는 사촌 경영을 이어오고 있지만 추후 계열분리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려면 대규모 계열사 정리는 사촌간 계열 분리 이후로 미루고 인력 구조조정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높이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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