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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루닛, 美시장 접수한 AI기업 인수···2025년 1천억대 매출 노린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루닛, 美시장 접수한 AI기업 인수···2025년 1천억대 매출 노린다

등록 2023.12.14 16:35

유수인

  기자

유방암 검진기업 '볼파라' 인수, 미국 점유율 42%데이터 1억장 보유, 가치만 최소 3~4000억원"정확도 99.9%로 올리고 흑자전환 앞당길 것"

서범석 대표는 서범석 대표는 "우리가 가장 부족한 시장이 미국이다. 이미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는 회사를 인수해 진출시기를 2~3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온라인 간담회 화면 캡쳐

"우리가 가장 부족한 시장이 미국입니다. 본격적인 진출 타이밍을 내년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고 있는 회사를 인수해 이 시기를 2~3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14일 오전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인수 관련 온·오프라인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앞서 회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볼파라 인수를 의결했다.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해외 유망 의료AI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회사는 볼파라 지분 100%를 1억9307만 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키로 했으며, 자금은 보유 현금, 부채 조달,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루닛이 볼파라를 인수한 건 미국 시장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유방암 검진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초거대 시장이지만 루닛 AI 솔루션의 품목허가가 늦어지면서 시장 진출이 더딘 상황이다. 루닛의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전 허가(510(k) Clearance)를 받았다.

반면 볼파라는 뉴질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음에도 미국 내 입지가 탄탄하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이다. 미국 시애틀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서 볼파라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 기준 현지 시장점유율은 42%에 달한다.

실적 성장세도 견고한데, 전체 매출의 96.5%는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볼파라는 지난 2021년 전년 대비 57% 증가한 1970만 뉴질랜드 달러(약 158억원),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2610만 뉴질랜드 달러(약 2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3년도 회계연도가 종료된 지난 3월말 기준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3500만 뉴질랜드달러(약 282억원)를 기록하는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CR)은 63%에 이른다.

서 대표는 "미국 허가가 늦어지면서 아시아 시장 위주로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했다. 미국은 우리가 가장 부족한 시장"이라며 "FDA가 매력적으로 보고 있는 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이 3주 전에 허가를 받았다. 그에 맞춰 시장 진출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며 "볼파라는 이미 현지에서 브랜딩이 잘돼있고 입지도 탄탄한 회사다. 같이 비즈니스를 한다면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볼파라 제품만 4~5개가 있는데, 이 회사 제품을 쓰고 있는 미국 내 의료기관이 42%에 달한다. 우리에겐 유통채널이 확보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루닛이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30만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감안하면, 볼파라가 보유한 1억장 막대한 양의 데이터는 향후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픽=루닛 제공루닛이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30만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감안하면, 볼파라가 보유한 1억장 막대한 양의 데이터는 향후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픽=루닛 제공

서 대표는 볼파라가 확보한 데이터 자산의 가치도 높게 평가했다. 볼파라가 미국에서 확보한 서양인 유방암 환자 촬영 영상 데이터는 1억장에 달한다. 루닛이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30만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감안하면, 볼파라가 보유한 1억장 막대한 양의 데이터는 향후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서 대표는 "루닛이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30만장이다. 이것도 경쟁사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30만장으로도 정확한 AI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데 훨씬 더 많은 데이터가 모이면 더 고성능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초고도화 AI 시대에선 데이터 규모가 정말 중요하다. 거의 100배 차이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이 못 따라오게끔 격차를 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며 "이들 데이터는 제품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얻었다. 이례적으로 법적분쟁 가능성을 모두 해소한 것이다. 고객이 없는 경쟁사들은 일일이 의료기관에서 데이터를 받아야하는데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필요하다"며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 연간 약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성 루닛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영상 1장의 비용이 3000~4000원이다. 1억장이라고 하면 단순 계산만 해도 볼파라 인수로 3000억~4000억원의 비용을 아낀 것인"이라며 "수천개 기관을 뚫어야하는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세이브한 것이다. 달리 얘기하면 인수 없이는 1억장의 데이터를 못 모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루닛은 볼파라가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초거대 AI에 적용시켜 완벽에 가까운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자율형 AI 구축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우리 솔루션의 정확도는 95~96% 정도다. 이 정도로는 자율형 AI를 구축할 수 없어 99.9%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라며 "그러려면 엄청난 데이터가 필요하다. 볼파라 인수를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전했다.

루닛은 우선 볼파라 브랜드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미국 사업을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미국 내 볼파라 플랫폼 설치 기관을 대상으로 루닛 AI 솔루션을 추가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서 대표는 "판매 브랜드명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볼파라가 미국에선 입지가 있기 때문에 볼파라 브랜드를 없애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도 볼파라 AI 플랫폼을 유통함으로써 매출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볼파라는 지난해 1640만 뉴질랜드 달러(야 132억원), 올해 980만 뉴질랜드 달러(약 79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루닛은 작년 매출이 139억원, 영업손실 507억원이다.

서 대표는 "볼파라의 작년 영업손실은 130억원, 올해 80억원, 내년은 3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 정도는 상장폐지 과정을 통해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볼파라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계약 구조다. 상당 부분의 계약이 병원과 장기 계약을 통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연간 구독 형태라 계약 첫 해에 서비스 이용료를 모두 수취하고 회계상으로만 연별로 분할해 적용한다. 현금 기준으로는 이미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내후년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합으로는 2025년 1000억원대 매출을 낼 것"이라고 했다.

최종 인수 시기는 내년 4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볼파라 인수까지 뉴질랜드 정부 승인과 볼파라 주주총회 승인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볼파라 주총에서는 주주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서 대표는 "루닛은 법적인 이슈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 승인은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주주들의 동의인데 지분이 많은 기관, 개인투자자 중 주요주주 30% 이상의 동의는 받았다"며 "프리미엄을 높게 준만큼 다른 기관, 개인주주들도 동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테리 토마스 볼파라 대표(CEO)는 "볼파라 이사회는 이번 인수 계약이 주주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견해에 만장일치로 동의해 이번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이번 인수 계약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사업적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한편, 다른 어떤 회사도 따라할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해 양사가 암 검진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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