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포함, 1분기 R&D 투자액 총 457억원기술수출 반환, 신약 성과 부진에 R&D조직 개편 반환된 후보물질, 적응증 바꿔 가치 재조명
2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2507억원 중 15.2%인 382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전년 동기에는 2277억원의 매출 가운데 12.8%를 R&D에 쏟았다.
중국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의 R&D 비용을 포함하면 1분기에만 총 457억원을 투자했다.
또 회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연구소 조직을 ▲연구개발(R&D)센터로 변경하고, ▲국내사업본부 ▲신제품개발본부 ▲글로벌사업본부 ▲제조본부 ▲경영관리본부 등 5개 본부를 꾸렸다. 제조본부에는 팔탄·평택 등 2개의 사업장을 편성했다.
연구 인력도 전년 1분기 565명에서 올해 603명으로 늘렸다.
이는 잇단 기술수출 반환과 차기 신약 사업의 불확실성 등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고 R&D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글로벌 빅파마에게 잇달아 기술수출하고, 개량신약 중심의 사업구조를 이끌어 한국 제약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연 매출이 6000~7000억원대에 머물던 한미약품은 사노피, 릴리, 얀센, 베링커인겔하임 등에 수천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며 2015년 1조3175억원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개량·복합신약 매출의 꾸준한 증가로 지난해 창사 이래 역대 최대 매출인 1조331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규모 신약 라이선스 계약 성과를 냈던 2015년 당시 매출을 뛰어넘은 것이다.
올 1분기에도 특별한 신약 성과 없이 연결기준 매출 3612억원과 영업이익 59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011년부터 체결한 총 10건의 기술수출 계약 중 5건이 반환되며 '신약명가'의 위상은 한풀 꺾인 상황이다.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 제품명 롤베돈)가 작년 9월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허가를 받아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FDA 허가가 불발됐다.
신약 개발 성과 부진이 이어지자 한미약품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대대적인 R&D 혁신을 예고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을 도와 한미약품을 키워낸 이관순 부회장과 권세창 대표는 지난해 12월 고문으로 물러났고, 임기가 2025년까지이던 우종수 대표도 지난 3월 사임해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는 박 대표가 맡았다. 그는 성균관대 제약학 박사를 취득하고 한미약품 팔탄공단 공장장(전무이사), 제조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사내이사도 새로 꾸렸다. 회사는 서귀현 부사장(R&D센터장), 박명희 전무(국내사업본부장)를 신규 선임했다. 서 부사장은 경희대 화학 박사 취득 후 한미약품에서 연구센터장(전무이사)을 지냈으며, 박 전무는 덕성여대 악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 석사 취득 후 한미약품 마케팅사업부장(상무이사) 등을 지냈다.
현재 회사는 권리 반환된 후보물질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가 반환했던 BTK 저해제 '포셀티닙'에 대해 '미만성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임상 2상의 중간 결과를 국제 학회에서 공개했다.
포셀티닙은 한미약품이 최초 개발해 2015년 일라이릴리에 6억9000만달러 규모로 기술 수출한 BTK 저해제다. 당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미입증해 2019년 1월 권리가 반환됐다.
권리 반환 후 포셀티닙 후속 개발 의지를 밝혀 온 한미약품은 2021년 10월 바이오벤처인 지놈오피니언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지놈오피니언은 포셀티닙과 CD3xCD20 이중항체인 '글로피타맙', 면역조절제 '레날리도마이드'를 조합한 3제 병용요법을 통해 재발 및 불응 DLBCL 환자 대상의 연구자 주도 임상을 진행해 왔다.
2019년 얀센이 반환했던 비만 당뇨 치료제 'HM12525A'(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2020년 미국 MSD에 1조원 대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MSD는 HM12525A 도입 이후 진행한 글로벌 임상 2a상에서 체중 감량 및 간 내 지방함량 감소 효능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최근 유럽간학회(EASL)에서 구두로 발표했다.
'HM12525A'는 미국 FDA로부터 NASH 치료제로서 패스트트랙 대상 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중증질환 치료제 등 중요 분야 신약을 환자에게 조기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FDA가 후보 물질의 개발을 촉진하고 검토 속도를 올리기 위해 시행하는 절차다. 현재까지 NASH 적응증으로 승인된 치료제는 없다.
또 한미약품은 2020년 사노피가 반환한 장기지속형 GLP-1 바이오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역시 후속 개발을 통해 비만 등 대사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는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와 팬텀바디, 오라스커버리 등을 적용한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중 랩스커버리는 롤론티스와 HM12525A에 적용돼 상용화 가능성이 입증됐으며, 이 밖에도 NASH 치료제 'HM15211'(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 차세대 인터루킨-2(IL-2) 면역항암제 'HM16390' 등에 해당 기술이 적용됐다.
랩스커버리는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혁신적 플랫폼 기술이다. 단백질 의약품의 경우 인체에 투여됐을 때 반감기가 짧아 자주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랩스커버리는 투여 횟수 감소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투여량을 감소시킴으로써 부작용을 줄이는 한편 효능을 개선한다.
오라스커버리 기반의 신약 '오락솔'은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기술수출 됐으며, FDA 신약 허가 취득을 계속 시도 중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R&D 경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신약 개발 연구 및 바이오, 합성신약 등 제품 상용화에 필수적인 생산시설에 투자한 금액만 2조8425억원"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로 제약 강국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최근 발간한 ESG리포트를 통해 "올 새로운 50년의 영광을 위해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창조와 혁신, 도전 정신으로 힘차게 도약해 나가겠다"며 "늘 '최초'와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유일무이한 대한민국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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