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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성은 기본, 순발력도 필요하죠"···우리금융이 전한 '행장 오디션' 뒷얘기

금융 은행

"전문성은 기본, 순발력도 필요하죠"···우리금융이 전한 '행장 오디션' 뒷얘기

등록 2023.05.31 15:32

차재서

  기자

8시간 전문가 인터뷰로 통찰력·리더십 측정평판조회선 품성과 도덕적 이슈 확인하기도 "연간 50시간 연수···리더 육성 시스템 구축"

우리금융지주가 26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어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우리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우리금융지주가 26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어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우리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적어도 우리은행장이 되려면 시장 환경과 규제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순발력까지 갖춰야 한다. 후보자 개개인에게 내재된 성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고민 좀 했다."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상무의 말이다. 그는 3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64일간의 행장 인선 프로그램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전에 없던 프로세스를 구축하느라 무척 고생했다면서도 이 과정이 단순히 실험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인사 체계로 정착되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금융은 3월24일 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가동한 뒤 약 2개월 만인 지난 26일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선정했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오디션' 형식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내부 논의 중심의 CEO 인사 체계에서 벗어나 절차적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보강한다는 취지에서다. 조직문화 혁신을 선언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됐다. ▲외부 전문가 심층인터뷰 ▲다면 평판 조회 ▲업무보고 평가 ▲심층면접 등이다.

먼저 우리금융은 외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리더십 유형과 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비전·이해력·습득력을 평가했다. 동시에 유연한 사고나 상황대처 능력까지 진단함으로써 은행장으로 준비된 역량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어떻게 해야 각 후보자를 공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역량까지 키울 수 있느냐다.

이정수 상무는 "후보 한 명당 외부 전문가 인터뷰에 총 8시간을 할애했다"면서 "분야별로 교안을 만들어 전문위원과 함께 워크숍 형태로 학습을 한 뒤 이를 바탕으로 질의응답이 이뤄지도록 프로세스를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나의 질문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10분 뒤 그와 유사한 질문을 던지도록 인터뷰를 구성했는데, 앞서 답한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 검증하고 개개인의 학습 능력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부 전문가의 평가가 중심이 되도록 하되 편향성을 배제하고자 그룹 차원에서 250개 문항을 추려 제공했다"고도 언급했다.

우리금융은 평판조회에도 공을 들였다. 헤드헌팅 회사가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표본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은 물론 주변 인물로 대상을 확장함으로써 후보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는 전언이다.

이정수 상무는 "은퇴한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 등을 통해 다면평가가 이뤄졌다"면서 "업무상 강점이나 커뮤니케이션·조직관리 스타일, 품성, 알려지지 않은 도덕적 이슈·약점 등까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고 유선 통화도 많이 했는데, 후보자 네 명 모두 자기 관리 능력이나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 부하 직원에 대한 태도 등 결격사유는 없었다"면서 "흥미로운 대목은 평판조회를 통해 확인한 업무 추진 스타일이나 성향이 외부 전문가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밖에 우리금융은 이사회 업무보고도 프로세스에 담았다. 각 후보는 4월21일 지주 정기 이사회에 참석해 임종룡 그룹 회장과 사외이사 앞에서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금융 측은 행장 인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음으로써 혁신 의지를 대외에 알렸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추후 이를 지속 보완함으로써 리더를 육성하고 검증된 인물에게 경영을 맡기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인사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정수 상무는 "자본시장 영역과 같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시스템을 통해 CEO를 뽑게 될 것"이라며 "그룹 회장이나 은행장 등 비중 있는 직책을 그 대상으로 삼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본부장 2~3년차 직원이 리더로서 선택을 받는 시기가 올 텐데, 전문 역량을 보유하고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할 것"이라며 "연간 최소 50시간 이상 연수를 받도록 하고 테스트도 병행함으로써 습득된 지식이 조직의 역량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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