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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삼바도 10년 걸렸는데···대기업·제약사 'CDMO' 승산있을까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NW리포트

삼바도 10년 걸렸는데···대기업·제약사 'CDMO' 승산있을까

등록 2023.03.27 17:50

수정 2023.03.27 17:51

유수인

  기자

한미약품 '미생물 배양' CMO···업계 "당장 수익은 '글쎄'" 롯데바이오 '추가 계약' 따내야···'특화전략'으로 승부제약사 발목 잡는 '기술유출' 우려, 서비스 보완 필요

삼바도 10년 걸렸는데···대기업·제약사 'CDMO' 승산있을까 기사의 사진

최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위탁개발(CDO) 사업에 뛰어드는 국내 대기업과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하며 수익성을 입증했고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도 커지고 있어 많은 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CDMO 사업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여타 바이오사업 중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기업들의 진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CDMO 사업 또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고 시설과 인력, 품질관리 역량 등이 다각도로 필요하기 때문에 빠른 성과 도출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은 기술유출 이슈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업계는 보안 문제 해결과 특화 전략 마련에 사활을 걸어야 CDMO 사업에서 승산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미생물 배양 기반 CMO 내건 한미약품···업계 "당장 수익 내긴 어려워"
27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0년 3400억 달러에서 2026년 622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도 같은 기간 113억 달러에서 203억 달러로 연평균 10.1%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비(非)제약 대기업은 물론 제약사들까지 너도나도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최근 시장 진출에 나서 주목을 받았던 곳은 신약개발 명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CMO·CDMO를 낙점했다.

회사는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서 축적한 개발 역량과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제조 능력의 시너지를 통해 해당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23 바이오 유럽 스프링컨퍼런스'에 참가해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알리고 수주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현재 완제의약품 기준으로 연간 2000만개 이상의 프리필드시린지 주사기 제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특장점은 동물세포 배양 기반의 설비를 갖춘 국내 주요 CMO 회사들과는 달리 미생물 배양을 이용하는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만드는 의약품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DNA 및 mRNA 백신 등이 있는데, 회사는 해당 의약품을 빠르고 대규모로 제조 가능하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mRNA 치료제 및 백신의 시장규모는 2026년까지 연평균 8.7% 이상 성장해 약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업계는 한미약품이 CMO로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은 동물세포 기반의 제품이기 때문에 당장 수요가 크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한 CMO 기업 관계자는 "CMO라는 것은 결국 고객사의 제품을 생산하는 거다. 고객사가 의뢰하는 제품이 대형 제품이 많을수록 CMO 회사는 수주에 유리하고 사업성도 좋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미생물 배양 제품은 아직 시장에 많지 않아서 미생물 CMO 설비를 주축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매리트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현재 mRNA 백신 중 상용화된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두 개뿐이다. 코로나란 특수 상황 때문에 해당 의약품이 급성장한 것인데, 다른 질병을 타깃하는 의약품이 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차세대 분야이긴 하지만 실제로 시장이 커지려면 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며 "DNA백신도 아직 나온 제품이 많지 않고, 그런 제품을 한미약품에 CMO 맡길 가능성은 더 적을 수 있다. 기술유출 우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포트폴리오 확대 측면에서 미생물 CDMO를 언급한 것 같은데 직접적인 매출 발생과 연계해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약개발' 제약사 한계···'기술유출' 우려 해소해야
업계에 따르면, 신약이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CDMO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보를 빼돌려 의약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CDMO 전문 기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기술 보안과 비밀 유지 등은 매우 민감한 영역이다. CDMO 아웃소싱을 결정할 때 제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도 기술 노하우의 유출 가능성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바이오 CMO로 사업을 시작한 셀트리온은 자체 시밀러 개발 이후 CMO 사업을 축소한 상태다. 글로벌 CDMO 1위 기업인 스위스 론자는 신약개발 대신 CDMO에만 집중하며 정체성을 명확히 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로부터 시밀러 제품의 CMO 수주를 받을 뿐 경영은 완전히 분리하고 있다.

황주리 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제약사들의 CDMO 사업이 잘 되기 위해선 기술력, 이해력이 좋은 것을 바탕으로 세일즈를 어떻게 하느냐와 정보희석, 기술유출 우려라는 단점들을 얼마나 잘 보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며 "기술유출 문제에 대해 완벽한 보완성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전문 CDMO 기업에게 맡기는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바도 10년 걸렸는데···대기업·제약사 'CDMO' 승산있을까 기사의 사진

대기업 자본 있어도 '특화전략' 필요
롯데, CJ 등 CDMO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의 자본은 막대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제조업 특성상 인력확보와 대규모 설비 구축은 탄탄한 성장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CDMO 사업에 발을 디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의 반도체,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경험, 기술력 등을 앞세워 지난 2018년 18만L 규모의 3공장을 준공하고 CMO 사업을 시작한지 8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 1위 기업이 됐다. CMO 생산 규모 측면에서는 타 CDMO기업들과 압도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바이오의약품 CDMO는 고도의 기술과 GMP(제조품질관리) 역량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사업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품질이나 제조공정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전체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상업화에 성공시킨 트랙 레코드를 가지고 있어야만 인정받고 주문이 들어오게 된다. 통상적으로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와 노력이 지속적으로 병행돼야만 CDMO 회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에 속도를 낸 이유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으로 신규 공장을 증설해 CDMO 사업에 진출 하는 경우 상업 생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필요한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의 노하우가 집약된 품질 시스템을 갖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함으로써 시장 진입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했다.

게다가 안정적으로 가동 중인 생산 공장과 기존 BMS 직원들을 그대로 인수함에 따라 기존 BMS가 생산 중이던 제품 생산으로 일정 매출을 확보했다.

다행히 CDMO 사업은 상업화 성공 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처 확보가 가능하다. 한번 CDMO업체로 등록되면 공급업체를 바뀌기 어려워 신약 개발사와 장기 우호적인 파트너십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현상유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수주 계약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 업계는 대기업만 할 수 있는 대규모 설비 구축과 함께 특화된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황 본부장은 "규모가 있는 대기업 위주 CDMO사업은 너도나도 끼어들고 있다. 이 사이에서도 승자가 되려면 특화전략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이는 곧 기술력"이라며 "이를테면 최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가 뜨고 있는데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분야다. 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을 앞서가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분야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세대 항암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CGT 등 차세대 치료제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제 5공장 증설 계획을 밝히며 압도적인 생산능력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시러큐스 공장 부지에 ADC 생산시설 증설을 계획 중이다. 공장의 추가 투자도 진행할 방침이다.

제약사도 '전문성' 내세워야
'특화전략'의 필요성은 제약사들에게도 해당된다. 황 본부장은 "제조공장 규모나 품질 같은 부분은 거대자본을 가지고 온 어느 누구나 밀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약사들은 특화된 전문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원료의약품 강자 에스티팜은 자체 확보 기술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 분야인 올리고핵산치료제 및 mRNA 기반 치료제 CDMO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기존의 저분자 합성의약품의 장점을 살리면서 항체의약품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다. 현재 임상중인 올리고핵산치료제는 700개 이상으로 치료제 시장도 급성장해 2024년에는 36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에스티팜은 2001년 올리고핵산치료제 CDMO 사업을 시작해 현재 글로벌 3위 이내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중간 마진이 없어 가격경쟁력이 있고, 공급의 연속성과 품질의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mRNA치료제 CDMO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회사는 mRNA 분자를 안정화하는 '캡핑' 기술 'SMARTCAP®'와 mRNA 약물 전달의 핵심기술인 LNP 플랫폼 'STLNP®'를 자체 개발해 국내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새로운 치료제 분야인 올리고핵산치료제 및 mRNA 기반 치료제에 남들보다 한발 먼저 진출함으로써 경쟁은 피하고 블루오션 시장을 일찍 선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2020년 CDMO 사업 계획을 밝힌 대웅제약은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 특화한 사업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R&D본부를 새로 신설하고 사업에 필요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인체세포등 관리업 ▲세포처리시설 허가를 획득했다.

아울러 시지바이오와 자가지방 유래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으며, 연세대학교 청각재활연구소와 난청치료제 개발을 위한 줄기세포 계약 등을 체결하기도 했다.

차바이오텍은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마티카 바이오)를 통해 CGT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티카 바이오는 미국 텍사스주 칼리지스테이션에 CDMO 시설을 준공했다. 시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정하는 cGMP(우수의약품생산규격) 기준에 맞춰 설계·시공됐으며, 500리터 용량의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 와 글로벌 수준의 제조설비를 갖췄다.

회사는 자금력이 있는 회사들의 시장 진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만의 차별성과 경쟁력으로 CDMO 사업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송윤정 마티카 바이오 대표는 지난해 7월 개최한 간담회에서 "최근 대기업들의 진출이 늘면서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 같다. 이들과 차별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건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CGT 시장이 초기이기 때문에 자금력보다 업에 충실한 게 중요하다. 특히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업계와 고객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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