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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눈시울 붉힌 KT 구현모, 씁쓸한 현실

오피니언 기자수첩

눈시울 붉힌 KT 구현모, 씁쓸한 현실

등록 2023.02.28 15:50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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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코 KT 계속 응원해주세요." 최근 연임을 포기한 구현모 KT 대표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눈시울을 붉히며 건넨 당부의 말이다. 구 대표는 다음달 KT 주주총회와 함께 3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갑작스레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을 묻자 "제 이야기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란 말로 갈음했다. 구 대표는 그동안 KT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연임에 강한 의지를 보이던 터라, 주변에 있던 관계자들은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구 대표는 KT 대표이사 공개 경선의 유력한 후보자로 꼽혔다. 탈(脫) 통신을 이끌며,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1998년)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뛰어난 경영 능력을 입증해서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정치권에서 비판의 화살이 쏟아질 때도, 다시금 공개 경선으로 백의종군할 때도 학계에서는 구 대표 연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많은 대학(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구 대표가 연임할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T가 공기업이 아닌 주주가 주인인 사기업이라서다. 사기업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최대 목표로 한다.

결과론적으로 현실은 달랐다. 구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고, 촉촉해진 눈가로 그 답을 대신했다. 정확한 연임 포기 배경은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정치권의 외풍(外風)이 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KT 사정을 잘 아는 통신업계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발언과 함께 구 대표 연임이 물 건너갔다고 말해왔다. 사실상 구 대표 연임을 가로막던 국민연금에 힘을 실어준 격이라서다. 그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그림이 더 좋지 않겠느냐"며 구 대표의 후보직 사퇴 발표를 점쳤고, 곧 그대로 됐다. 이른바 현 정권의 차기 KT 대표이사 만들기 시나리오다.

우연의 일치인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77)이 차기 KT 대표이사로 유력하다는 여권발(發) 보도가 잇따랐다. 아직 서른명이 넘는 후보자를 압축하는 '숏리스트'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전통적인 굴뚝산업과 달리 ICT 업계 시계는 참 빠르다. 잠깐 변화의 흐름을 못 따라가면 금세 도태된다. 정권이 아닌 통신업계 흐름을 잘 알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KT 정점에 올라야 하는 이유다. 물론 윤 전 장관의 자질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짜인 각본처럼 그들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게 우려스럽다.

아직 늦지 않았다. 여전히 KT 대표이사를 뽑는 공개 경선은 진행 중이다. KT 이사회와 국민연금, 정치권은 경선을 번복한 배경이 '공정성'과 '절차적 투명성'에 기반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는 인사를 뽑고자 함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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