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톡신, CDMO 등 다양한 분야 진출 대기업 자본 더해지며 산업 발전 기대감↑이종 산업 운영방식·인력·기밀 등 과제
업계는 대기업 자본을 통해 산업 발전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종간 다른 운영방식과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롯데, GS, 동원, 오리온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었다.
<span class="middle-title">동원,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바이오산업 첫 진출
국내 참치캔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지난 23일 백신 사업을 하는 보령바이오파마와 경영권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예방백신 개발 및 제조 사업과 제대혈, 유전체 진단 제품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향후 보령바이오파마에 대해 단독으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그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기로 했다.
국내 백신 산업은 성장이 더딘 분야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백신 자국화의 중요성이 커지며 산업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막대한 개발 비용과 시간, 기술적 한계 등으로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기준 국내 백신 자급률은 39.3%이고 국내에서 개발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백신은 10개뿐인데, 그중 일부를 보령바이오파마가 생산 중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수입 완제품에 의존했던 일본뇌염 백신, 영유아 4가 혼합백신, A형간염 백신 등을 자체 제조하는데 성공하며 국가예방접종백신(NIP) 사업으로 성장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탄탄한 실적은 처음으로 바이오산업에 진출한 동원산업의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91억원, 199억원이다.
향후 백신 시장의 성장성도 높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외 글로벌 백신 시장 규모는 2021년 413억7000만 달러에서 2026년 671억7000만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지난해 12월에는 오리온이 신규 자회사인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바이오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앞서 오리온은 중국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루캉)'과 합자 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을 설립한 바 있으며, 국내 기업 큐라티스와도 결핵백신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GS그룹은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업체 '휴젤'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GS그룹 오너 4세인 허서홍 GS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휴젤 이사회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19년 기준 5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연 평균 13%의 성장률로 지속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약 1400억원 이상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는 글로벌 성장 사례가 있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신설하고 글로벌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예상된다.
<span class="middle-title">글로벌 성장한 '삼바' 이어 롯데도 CDMO 진출
일찍부터 CDMO 사업에 발을 디딘 곳은 삼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도 당당히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랐으며,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3조원의 매출 신화를 썼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의 시장성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은 같은 기간 113억 달러에서 203억 달러로 연평균 10.1%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석유화학·태양광 전문기업 OCI는 지난해 2월 신약개발 중인 부광약품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동경영에 나서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3조1700억원이나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435조로 국내 시장의 60배가 넘는 시장을 자랑한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은 국내 생산실적이 급속도로 증가해 2020년 54.9%의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으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생산액, 수출액, 수입액 모두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의약품 시장에서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span class="middle-title">대기업 자본 더해진 바이오···산업 발전 '패스트 트랙'으로 작용
업계는 막대한 대기업 자본이 투입됨에 따라 성장이 더뎠던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황주리 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이종업계의 바이오산업 진출은 미래 시장성 때문이다. 고령화, 인간 활동의 전반적 변화, 건강하고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가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라고 분석했다.
그러며 "산업이 발달하는 과정에는 크게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이 기술집약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 이 기업들이 매출을 일으켜 중소기업, 더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자금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인수합병해 자금과 기술이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패턴들이 있다"며 "규모로든 속도로든 후자의 방법이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GS, 롯데, OCI 모두 그러한 형태로 도약하고자 했을 거라고 보인다"며 "이는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일종의 '패스트 트랙'으로 보여 유의미하고 긍정적이라고 평가된다"고 했다.
황 본부장은 백신 및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동원산업의 보령바이오파마 인수의 경우 현재로선 긍정적인 면모가 많이 보인다. 백신 사업화 과정에서 기업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금부족'"이라며 "물론 인수 이후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백신산업에서 진일보할지 등은 아직 알 수 없으나 자금력과 기술력의 합은 현재 거시경제적 흐름상 글로벌 경쟁자로 가는 길에 가깝다"라고 평가했다.
<span class="middle-title">인력 오가며 '영업기밀 침해' 나타날 수도
다만, 너무나 다른 사업 운영방식과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황 본부장은 "제조업 또는 유통업을 기반으로 경영해왔던 기업들은 기술집약적인 바이오텍에 현재 대기업 규모의 행정‧운영방식 등을 접목하는 것을 어려워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바이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열쇠는 상당히 다른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간 콜라보레이션을 어떻게 경영으로 가져가느냐에 달렸다"고 부연했다.
기업간 인력 유치 및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2017년 바이오 인력 수급조사 및 양성방안 수립 연구'에 따르면 의약품 산업 전체의 산업기술 인력은 2026년까지 연평균 3.5%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타 산업 대비 높은 수준의 인력 증가가 예상된다.
바이오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기존 바이오기업들이 신규 공장을 구축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국내에 12만 리터 규모의 위탁생산(CMO) 공장을 구축할 전망"이라며 "이 3개 기업으로만 보더라도 향후 많은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각 기업별로 진행 중인 상황에 따라 필요 인력의 수는 차이가 있을 것이나 향후 5년간 최소 수천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설립과 향후 운영방안을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기본적인 인력이 당장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오기업 인력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영업기밀 침해'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생산공정, 노하우, 고객정보, 사업계획 등과 같은 정보들은 특허로 보호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황 본부장은 "바이오산업은 곧 '인력=기술'이다. 때문에 인력유출로 인한 '기술유출'에 대해 미국의 영업비밀보호(방어)법을 면밀히 살펴보고 한국과 바이오산업에 알맞은 법을 법제화 해 놓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나 크로스보더(cross-border) 형태로 다국적 인력 유동성이 많은 바이오산업에서는 지식재산보호 뿐만 아니라 인력이동으로 인한 산업스파이 문제, 국부유출 등 다양한 분야로의 피해에 대한 예방‧교육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sui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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