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회장, 취임 일성으로 '수출 확대' 강조 내수보다 적은 수출량···흑자전환에도 우려 여전지정학적 이슈 휘말리며 주요시장서 잇단 철수전문가 "친환경 전기차 개발 및 출시가 관건"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해 7월 토레스 신차 발표회에서 "쌍용차의 흑자전환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곽 회장은 쌍용차 회장 취임식에서도 지속성장의 방안으로 '수출 물량 확대'를 재차 강조했다. 해외 판매를 늘리지 못하면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 41억원(별도기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무려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KG그룹의 인수 이후 회생절차를 끝내고 신차 토레스까지 흥행하면서 안정적인 경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곽 회장의 고민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여전히 1000억원을 웃돌았고, 토레스의 성공적인 내수판매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경영성과도 아직 없어서다.
쌍용차는 지난 2019년 말부터 모든 임직원의 임금을 20% 삭감했고, 임원도 40% 이상 퇴직한 상태다. 따라서 올해 6월 임직원들의 삭감된 임금이 정상화되면 또 다시 대규모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쌍용차가 아낀 인건비는 연간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곽 회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수출 확대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지난해 쌍용차의 수출 물량은 4만5294대로, 내수 실적(6만8666대)보다 2만대 이상 뒤처졌다. 같은기간 현대차의 수출 비중이 82.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쌍용차는 사실상 내수기업인 셈이다.
2000년대 전세계 100개국이 넘는 국가에 수출했던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 이후부터 해외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엔 아프리카, 우루과이, 온두라스 등 주요 신흥국에서 판매망을 회복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20년엔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연간 수출실적이 1만9528대까지 떨어졌다. 2021년 2만8133대에 이어 지난해 4만대를 돌파했으나 9년 전인 2013년(8만1679대)과 비교하면 여전히 반 토막 수준이다.
쌍용차의 수출실적은 2014년 7만2011대, 2015년 4만5100대, 2017년 3만7008대 등 매년 꾸준히 감소해 왔다. 굵직한 지정학적 이슈와 보호무역 강화 여파로 주요 해외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한 결과다. 현재 영국 등 서유럽과 호주, 칠레 등에 꾸준히 수출하고 있지만 시장별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쌍용차의 수출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준 사건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사태다. 크림반도를 점령한 러시아에 대해 서방의 경제제재가 강화되자 쌍용차도 판매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러시아는 쌍용차의 최대 시장으로, 한때 연간 4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과거 주요 시장이었던 브라질에서는 수입차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백기를 들었다. 마힌드라 시절 CKD(현지 반조립) 방식으로 진행했던 G4 렉스턴의 인도 판매는 최대주주 변경으로 중단됐다. 카이런 등 주요차종이 판매됐던 베트남에서도 지난 2016년 철수한 상태다.
한때 추진했던 중국 시장 진출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로 무산됐다. 당시 쌍용차와 중국 지방정부가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하던 중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그간 쌍용차를 둘러싼 불안감이 KG그룹에 인수된 후 해소되면서 수출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에서 가성비를 인정받은 신형 코란도가 선전하고 있고, 신차 토레스도 칠레에 이어 유럽 등 주요국에서 출시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꾸는 올해부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적극 늘려갈 예정이다. 다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 개선과 친환경 신차 출시 등은 과제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무공해차 보급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완성차업체는 벌금 형태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쌍용차는 국내 판매량의 8% 이상을 무공해차로 보급해야 하지만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는 코란도 이모션(E100) 뿐이다. 지난해 E100의 글로벌 판매량은 301대에 그쳤으나 곧 출시되는 토레스 전기차(U100)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의 기존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꾼다고 해도 해외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각국의 환경 규제가 크게 강화되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다양한 신형 전기차를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