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2일 공개된 'KDI 정책포럼'에서 "지급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면 은행의 예대마진(차익)이 축소돼 금융소비자의 후생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용자 자금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급서비스는 현금 입출금, 급여 이체, 국내외 송금, 대금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포괄한다.
황 연구위원은 "주요국에서도 디지털 지급서비스는 일찌감치 개방된 상태"라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전면 개정안의 핵심은 지급서비스를 빅테크 등 기술기업과 카드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 개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빅테크 등이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사) 인가를 받으면 은행처럼 수시 입출식 계좌를 발급해 모든 지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지사 외에도 자금이체업자, 대금결제업자 등 다양한 디지털 지급서비스 사업자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 연구위원은 "빅테크 등 종지사의 지급서비스 계좌와 은행의 수시 입출식 예금이 경쟁하면 은행의 예금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0∼2020년 분기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결제성 예금이 1% 감소하면 예금 금리는 2분기 동안 0.29%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출 시장은 전 금융권에 일정 부분 개방돼 대출 금리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결제성 예금이 1% 감소한 후 1년간 대출금리 상승 폭은 0.17%포인트로 예금 금리 상승 폭보다 0.12%포인트 작은 것으로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전금법 개정안은 자금을 예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용자 자금의 50∼100%를 고유재산과 분리해 제3자 은행 등에 별도 예치해야 하는 의무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급서비스 시장이 발전된 영국에선 이런 별도관리 의무에도 다수 사업자가 파산 후 이용자 자금을 상환하지 않았다"며 "이는 사업자가 경영 위험에 직면하면 이용자 자금을 유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보증보험 가입 의무나 안전자산 투자 의무 역시 이용자 보호 수단으로 한계가 있다"며 "종지사 계좌가 예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예금처럼 이자를 받는 것이 금지되는 것도 이용자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예금자 보호 방식으로 사업자가 대리인으로 이용자 자금을 은행에 각 이용자 명의로 예금하고, 예금보험료는 은행이 부담해 이용자 자금을 5천만원까지 보호하는 '중개형 예금 예치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종지사 등은 이용자 자금을 수취하기만 할 뿐 이를 재원으로 한 대출을 할 수 없어 은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대출 관련 신용위험이 사실상 없으므로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경쟁 격화로 은행 수익성이 나빠져 금융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실증분석을 해보면 결제성 예금의 감소에도 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 등 건전성 지표에 특별한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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