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측면에서는 펀드환매가 줄어든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금융투자상품이 추가 상승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여전히 부진한 전기전자, 자동차 등 대표 업종의 실적 전망도 2000선 돌파 이후 추가 상승을 막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펀드환매는 줄었지만···ETF 매물이 발목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을 때마다 펀드환매는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말이다. 추가적인 상승을 점치기 힘들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투자 회수에 나서는 것.
실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 2100을 바라봤던 작년 7월 말에도 지수 하락의 원인이 됐던 것은 펀드환매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첫 2000선 돌파 이후에도 펀드환매는 잠잠하다. 2000선 돌파 후 4거래일 연속 투자신탁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300억원에서 900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펀드환매가 잦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수가 1990선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코스피지수가 약 5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한 후 기관투자자들은 총 9488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이중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할 때마다 나왔던 투자신탁 매물, 즉 펀드환매 물량은 1967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7334억원은 금융투자라고 분류되는 증권사에서 나온 매물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에서 대량 매도물량이 나오는 것에 대해 ETF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레버리지 ETF 때문이라는 증시전문가의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만든 상품이지만 증권사는 이 상품의 유동성 공급자(LP)가 된다.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자 레버리지 ETF에서 환매 심리가 높아졌는데 LP인 증권사가 이를 받아주고, 투자신탁을 통해 매도하는 과정에서 코스피200이 비차익 프로그램 매도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에는 현물의 가격보다 선물의 가격이 높은 경우 가능성에 따라 굳이 물량을 청산하지 않아도 됐었지만 선물시장 위축으로 인해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증권사도 이를 청산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지수 견인하는 電車, 펀드멘탈 여전히 부진
수급뿐 아니라 코스피를 이끄는 대표주들의 펀드멘탈도 여전히 부진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장주들의 실적 전망치가 불투명해 코스피가 20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3월 증시전망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한국경제를 레벨업 시킨 IT, 자동차 산업의 성장 둔화가 뚜렷하다”며 “또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주식시장 상승의 주장은 펀더멘탈 모멘텀, 즉 경기와 기업실적의 개선 가능성이 높을 때 제시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갤럭시S6 공개 이후 소폭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여전히 경계 심리가 커 큰 폭의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현대차 역시 최근 강세에도 불구하고 17만원선을 못 넘기고 있다.
이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전체 시가총액의 20%에 달한다. 때문에 최근 건설, 증권 등이 코스피시장에서 강세를 띄고 있지만 이들 종목이 코스피지수의 기여도가 높은 전기전자나 자동차업종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시관계자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종목들은 과거 실적이 부진했던 종목 중 향후 실적 개선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종목들”이라며 “하지만 이는 몇몇 작은 업종과 종목에 불과하기 때문에 코스피시장 전체의 지수를 끌어당기는 힘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대형종목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지난해 2000선에서 미끄러졌던 모습을 되풀이 않고 지속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그동안 코스피지수가가 대외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취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없었기 때문이다”며 “3년 연속 실적 쇼크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아직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며 “선진국, 신흥국은 물론 이머징 아시아까지 이익하향조정세가 뚜렷한데 반해, 한국은 지난해 이후 저점 이후 턴어라운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은 기자 pje88@

뉴스웨이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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