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인근 낙동강 주민, 소환조사 없이 불송치한 강남서 수사관 고발"공정위도 '장형진은 영풍 동일인' 지정, 오너 지배력 뒷받침 다수 증거 있어"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 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 이번 재수사의 핵심 쟁점은 장형진 영풍 고문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제련소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25일 관련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달 11일 장 고문에 대한 기존 불송치 결정을 뒤집고 재수사를 결정했다.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배당됐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주민대책위 등이 장 고문을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물환경보전법,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약 3개월 만에 각하 취지로 불송치했다. 장 고문에 대한 대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강남서는 장 고문이 2015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석포제련소 운영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재직 당시 행위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이후에는 고문 직함만으로 제련소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반면 주민대책위는 장 고문이 대표이사 사임 이후에도 영풍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고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실제 경영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장 고문을 영풍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재수사에서는 환경오염 행위가 장기간 이어진 경우 이를 하나의 범죄로 볼 수 있는지, 이른바 '포괄일죄' 적용 여부와 함께 기업의 오너 및 대표자에게 어느 범위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 고문이 제련소의 환경오염 실태와 정화명령 이행, 관련 투자 및 주요 의사결정에 실제 관여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대책위는 기존 수사가 장 고문을 한 차례도 대면조사하지 않은 채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담당 수사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수사관이 관련 법리와 자료를 제출받고도 핵심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의 2021년 조사에서는 제련소 인근 하천수와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카드뮴이 검출됐고, 제련소 반경 4㎞ 내 280개 지점에서도 카드뮴 토양오염이 확인됐다. 당시 환경부는 영풍에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에는 회계 처리 문제까지 영풍의 환경 리스크로 번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영풍에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이유로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과 전 대표이사 해임 상당의 징계를 의결했다.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지하수 정화와 관련한 충당부채 등이 재무제표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차원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석포제련소 이전·폐쇄와 관련해 낙동강 전체 식수원에 영향을 줄 경우 영업 중단이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관련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재수사는 단순히 과거 환경오염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집단에서 총수나 오너 일가가 공식적인 경영 직함에서 물러난 뒤에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 경우 환경·안전 관련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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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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