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 대규모 유상증자, 자산 확대 속도지상방산 적자 지속···조선은 실적 회복세현지 생산 선투자···수주·수익 전환 '관건'
한화가 미국 방산·조선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법인 선투자 전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방산 자회사와 투자법인에 4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하며 투자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 상당수가 적자를 내고 있어 선투자가 실제 수주와 수익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미국 방산 자회사 한화디펜스USA와 미국 투자법인 한화퓨처프루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2억9900만달러(약 415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지상방산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디펜스USA에 대한 자금 투입 속도가 가파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1억4900만달러(약 2068억원)를 출자한다. 지난 4월 유상증자 당시 약 921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에만 약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셈이다. 이번 출자액은 그동안 한화디펜스USA에 투입된 누적 자금 1597억원을 웃돈다.
한화퓨처프루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이 총 1억5000만달러(2082억원)를 지분율에 따라 나눠 출자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절반인 7500만달러를, 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이 나머지 7500만달러를 분담하는 구조다.
이번 출자는 미국 사업 확대에 필요한 현지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미 육군 기동 전술포(MTC) 시제품 사업을 따내며 지상방산 분야에서 첫 가시적 성과를 냈다. K9 자주포 6문을 공급해 시제품 제작과 시험평가를 진행하는 사업으로, 향후 양산으로 이어질 경우 10조원 규모의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시설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앨라배마주 오펠리카 공장을 임차해 지상방산 생산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며, 아칸소주에서는 탄약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단순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춰 미국 조달시장에 직접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해양방산 부문도 현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화필리조선소는 미 해군 함정 사업 진입을 준비하는 한편 전투함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조선업체 오스탈USA 지분 100% 인수를 위한 제안도 내놓은 상태다.
한화가 미국 수주 기반을 넓히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면서 현지 핵심 법인들의 몸집도 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7개 종속기업 연결)의 올해 상반기 연결 자산은 5547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6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화디펜스USA의 자산은 976억원으로 4.7배 커졌으며, 한화오션USA홀딩스(10개 종속기업 연결)와 필리조선소의 자산 규모는 1조8230억원, 6791억원으로 각각 17.2%, 32.6% 늘었다.
이들 법인의 자산 규모가 커진 것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의 연결 자본 규모는 작년 말보다 3배 이상 늘었고, 한화디펜스USA는 4.7배, 한화오션USA홀딩스는 연결 기준 22.3% 증가했다.
다만 매출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조선과 지상 방산 법인 간 온도차가 뚜렷했다. 지상 방산 법인은 아직 뚜렷한 매출 확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조선 부문은 매출이 늘고 적자 폭을 축소하며 사업성과가 재무제표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 29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는 올해 상반기 330억원의 연결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디펜스USA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0원으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순손실은 29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221억원)보다 확대됐다.
반면 한화오션USA홀딩스는 지난해 연간 698억원의 연결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상반기 순손실 규모를 123억원으로 줄였다. 상반기 매출은 958억원으로 작년 연매출을 넘어섰다.
필리조선소의 경우 매출과 손실 지표는 개선됐지만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상반기 순손실은 499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손실 1270억원보다 적자 규모를 줄였고, 매출은 3928억원으로 작년 연매출의 약 70%를 반기 만에 달성했다. 그러나 부채는 2300억원 이상 증가한 9245억원, 자본은 결손 규모가 2454억원으로 약 654억원 늘며 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했다.
한화의 미국 사업은 아직 벌어들인 돈으로 몸집을 키우는 단계가 아니라 자본을 투입해 몸집을 키우는 단계에 가깝다. 한화가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미국 조달시장 특성상 단순 완제품 수출만으로 대형 사업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시설과 공급망, 유지보수 체계를 갖춰야 하는 만큼 수주 이전에 일정 수준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핵심은 선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화 시점도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현지 생산시설 구축에 상당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발주가 늦어지거나 수주 경쟁에서 밀릴 경우 투자 부담이 장기화될 수 있다. 반대로 K9과 탄약, 함정 사업이 실제 수주와 양산으로 이어지면 지금까지의 적자는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초기 비용으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한화가 먼저 키운 미국 법인들이 실제 수주와 양산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가 다음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부문에서는 매출 확대와 적자 축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반면, 지상방산은 아직 본격적인 매출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미국 현지화에 투입한 자본을 언제 실적과 이익으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미국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방산시장은 현지 생산기반을 갖추지 않고서는 대형 사업에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초기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한 만큼 앞으로 K9과 함정 등 실제 수주를 통해 투자를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하고 적자도 줄여나가는 것이 현지화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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