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원료값 오르니 흑자, 떨어지니 역래깅···석화의 불편한 현실

산업 에너지·화학

원료값 오르니 흑자, 떨어지니 역래깅···석화의 불편한 현실

등록 2026.08.25 16:40

김제영

  기자

재고 효과로 웃었지만···하반기엔 '역래깅' 복병흑자 전환에도 스프레드 부진···중국발 공급과잉 여전감산 첫발 뗐지만···진짜 시험대는 '구조적 수익성'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2분기 일제히 흑자로 돌아섰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중동발 원료 가격 급등에 앞서 확보한 재고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지만 정작 제품과 원료 가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비싸게 사둔 원료가 뒤늦게 생산에 투입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역래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올해 2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증가했다.

LG화학은 2분기 연결 기준 59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42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각각 1101억원과 8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33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실적만 보면 긴 불황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흑자 전환을 본격적인 업황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의 반영 시점 차이에서 발생하는 '래깅 효과'가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원료를 미리 사들여 제품을 생산한다. 원료를 구매한 시점과 실제 생산에 투입되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생기는 구조다. 원료 가격이 오르기 전에 확보한 재고가 남아 있다면 가격 상승분이 제조원가에 바로 반영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올해 2분기가 그랬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와 나프타 가격이 급등했지만 업체들은 가격 상승 이전 확보한 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했다. 높은 원료 가격이 제조원가에 즉각 반영되지 않은 반면 제품 가격은 상승하면서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하반기에는 반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중동 전쟁 당시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가 본격적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시점에 원료 가격이 안정되거나 하락하면 이번에는 높은 원가가 뒤늦게 반영된다. 제품 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역래깅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업황 자체를 보여주는 지표도 아직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에틸렌 스프레드다. 에틸렌 가격에서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으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던 시기 원료 공급 불안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일시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후 제품 가격이 원료 가격 상승분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다시 축소됐다. 최근에도 정상적인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구조적인 공급과잉도 여전하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범용 제품 공급이 넘치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회복은 더디다. 제품 가격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료 가격까지 움직이면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2분기 흑자만으로 석유화학업계가 불황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재고 효과가 사라진 뒤에도 안정적인 스프레드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진짜 회복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산 1호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받았다. 양사가 통합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는 구조로, 대산 지역에서 각각 운영해온 나프타분해시설(NCC)과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감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대산 1호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의 첫 사례다. 기업결합 승인으로 계획에 머물던 사업재편이 실제 설비 통합과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 만큼 이제 관심은 감산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생산능력만 줄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료 조달과 설비 운영 효율을 높이고, 공급 부담을 낮춰 안정적인 스프레드를 확보해야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난다.

하반기는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분기 실적을 떠받친 래깅 효과가 약해지는 가운데 역래깅 부담까지 커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구조조정까지 본격화하면서 흑자 전환이 일시적인 재고 효과에 그칠지, 체질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만으로 업황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하반기에는 원료 투입 시점과 제품 가격 흐름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인 스프레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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