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자동화·인력 운용 동시 추진기술 변화 따른 인력 구조 재편 논의
현대자동차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앞세워 생산 방식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향후 2년간 기술직(생산직) 5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생산 현장에 사람 대신 AI와 로봇을 투입하는 흐름과는 얼핏 맞지 않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자동화와 고용을 놓고 충돌해온 노사가 미래 공장 전환의 속도와 고용 안정을 맞바꾼 타협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6차 교섭에서 잠정 합의했다.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급 400%에 1270만원 지급, 자사주 15주와 복지포인트 50만원 지급, 여름휴가비 20만원 인상 등이 합의안에 담겼다. 올해 교섭의 주요 쟁점이었던 상여금 800% 인상은 내년 단체교섭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술직 신규 채용이다. 현대차는 2027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2년간 500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매년 2000명 이상 정년퇴직자가 발생하는 생산 현장의 인력 공백과 고용 안정을 고려한 조치다.
동시에 노사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제조기술 전환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신기술과 신사업 관련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자동차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 기술 도입 과정에 노사가 함께 대응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회사는 '자동화', 노조는 '고용'을 얻은 셈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AI와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노조의 고용 불안을 자극하지 않는 안전판이 필요하다. 노조 역시 자동화 자체를 막기보다 기술 전환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방어할 장치가 필요하다. 500명 신규 채용과 미래 기술 공동 대응이 한 묶음으로 합의된 배경이다.
자동화가 곧바로 생산직 감소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공장에 로봇이 늘어나면 단순 반복 작업은 줄어들지만 생산설비를 운용·관리하고 로봇과 공정을 연결하는 새로운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생산직의 역할이 사라지기보다 '생산하는 사람'에서 '자동화된 생산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번 500명 채용을 미래 공장의 장기적인 인력 확대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현대차도 이번 합의가 로봇 도입 이후의 구체적인 인력 운영이나 재배치 계획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교섭은 임금협상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향후 구체적인 인력 운영 방안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며 "아틀라스 등 로봇 도입 시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향후 인력 운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진짜 노사 갈등은 로봇이 생산라인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화 수준이 높아져 같은 생산량을 더 적은 인력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되면 회사는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추진할 유인이 커진다. 반면 노조 입장에서는 자동화가 기존 일자리와 직결되는 만큼 인력 감축이나 재배치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휴머노이드 도입을 이유로 향후 인력을 줄이는 것은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단계적으로 논의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로봇 도입으로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제품 경쟁력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노사 간 충분한 협의와 설득을 통해 자동화에 따른 인력 운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따라서 이번 합의의 본질은 500명의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데 있다기보다 자동화 시대의 고용 문제를 노사가 공동으로 논의할 틀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당장은 신규 채용으로 고용을 확대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로봇 도입에 맞춰 직무와 인력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를 놓고 다시 협상해야 한다.
현대차로서는 로봇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노조로서는 그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가 일방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번 임단협은 이 두 요구가 충돌하기 전에 일단 접점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로봇이 생산라인을 차지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몇 명을 뽑느냐'보다 '로봇 시대에 몇 명을 유지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현대차의 500명 신규 채용은 미래 공장의 고용 확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와 고용 사이에서 노사가 벌일 다음 협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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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yee9611@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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