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항서제약이 또 발목···HLB 간암 신약, FDA서 세 번째 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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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서제약이 또 발목···HLB 간암 신약, FDA서 세 번째 고배

등록 2026.07.10 11:08

이병현

  기자

NDA 등재 중국 제조시설 실사 문제 결정적 역할사업 파트너 정보공유 한계와 실사 시점 혼선 불거져미·중 갈등 아닌 규제 미흡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HLB의 간암 신약이 세 번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심사에서도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며 고배를 마셨다.

10일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심사에서 발목을 잡은 것은 리보세라닙 신약허가신청서(NDA)에 공식 등재된 중국 항서제약의 제조시설이다. FDA는 신약 허가를 위한 사전승인실사(PAI)가 아닌, 일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를 진행하던 중 해당 제조소의 결함을 발견해 Form 483(실사 지적사항)을 발부했다.

HLB 측은 "FDA가 이번 지적사항에 대해 리보세라닙 NDA 자체에 관한 사안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 자료에 대한 추가 요구나 지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이 NDA에 등재되어 있는 이상, cGMP 문제가 해소되기 전에는 신청을 승인할 수 없는 상태다.

단순한 '비협조'인가, 구조적 '오판'인가


이번 결과를 두고 시장에서는 항서제약 책임론이 불거졌다. 첫 번째와 두 번째 CRL에서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이 문제가 된 데 이어, 세 번째 심사에서도 항서제약 측 제조시설이 허가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HLB 측 입장을 면밀히 뜯어보면 이번 사안을 항서제약의 고의적인 '비협조'나 '은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항서제약과 HLB의 NDA 신청인인 엘레바 양측 모두 최근 실사를 리보세라닙과 무관한 이벤트로 치부해버린 '오판'에 가깝다.

HLB 측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제조소는 앞선 FDA 정기 실사에서 네 차례 '조치 불필요(NAI)', 한 차례 '자발적 개선 권고(VAI)' 판정을 받았다. 항서제약은 이번 실사 대상이 리보세라닙이 아닌 다른 완제의약품이었고, 과거 VAI 역시 규제 조치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을 들어 허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HLB와 엘레바 역시 실사 대상이 리보세라닙이 아니라는 이유로 NDA 심사에 미칠 파장을 과소평가했다.

FDA, '약' 아닌 '시스템' 봐···공유설비 함정


이러한 양사의 판단은 FDA의 심사 방식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통상 FDA의 cGMP 실사는 특정 제품 하나만 떼어놓고 검사하는 방식이 아니다. 시설, 설비, 원료, 생산공정 등 제조소의 시스템 전반이 지속해서 적정 품질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특히 HLB 측이 밝힌 대로 해당 제조소가 한 공정이나 설비에서 특정 의약품을 생산한 뒤, 세척을 거쳐 다른 의약품을 만드는 '공유설비'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동일 설비에서 여러 약물을 순차적으로 생산할 경우 세척 밸리데이션, 잔류물 관리, 교차오염 방지가 핵심 cGMP 평가 항목이 된다.

비유하자면, 한 조리대에서 여러 음식을 만든 뒤 세척해 다시 사용하는 주방에서 위생관리 결함이 적발됐을 때 "조사 당시 만들던 음식은 이게 아니었다"는 해명이 다른 음식의 안전성을 담보해주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정 제품을 통해 문서 관리나 시험실 운영 결함이 발견됐다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는 리보세라닙 공정 역시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파트너사 정보 요구 한계" 해명 아쉬워


HLB는 "파트너사에 발생하는 모든 규제·생산 정보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일반적인 사업 관계라면 타당하지만, 이번 시설은 리보세라닙 NDA에 등재된 핵심 제조시설이다. FDA 지침에 따른 강제 규정은 아니더라도, 미국 허가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등재 시설의 FDA 실사와 Form 483 발부 여부는 품질협약(Quality Agreement)에 따른 즉각적인 통보 대상으로 두는 것이 글로벌 제약업계의 일반적인 위험 관리 방식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실사 인지 시점을 둘러싼 해명이다. HLB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 실사였기 때문에 실사 진행 및 Form 483 발부 사실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추가 답변에서는 "엘레바가 6월에 완제의약품 실사가 나오는 것을 알고 결과를 문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초 보도자료는 문제의 실사를 '지난 4월'이라고 명시했는데, 엘레바가 수개월 뒤에야 이를 인지한 것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회사 측은 "이번 CRL의 근거가 된 실사가 허가 심사를 위한 사전승인실사(PAI)가 아니라 항서제약 제조소에 대한 일반 cGMP 실사로 진행돼, HLB와 엘레바는 해당 실사 진행 및 Form 483 발부 사실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면서 "엘레바는 CRL 수령 후 해당 실사가 결과적으로 신약 허가 심사와 연관된 사안임을 확인하고, 항서제약에 Form 483을 비롯해 이에 대한 대한 답변 자료, 보완 완료 예상 시점 등에 대한 정보를 공식 요청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중국 기업 차별론, 근거 약해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상황을 들어 FDA가 중국 기업에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세 차례 CRL 모두 제조시설 결함과 실사 문제가 근거로 제시됐을 뿐, 지정학적 사유가 작용했다는 객관적 증거는 없다.

FDA의 해외 시설 불시 실사 확대 조치 역시 국내외 제조시설의 검사 격차를 줄이려는 규제 형평성 차원 성격이 강하다. FDA 측은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유럽 및 북미 외 해외 제조 시설 전체가 불시 실사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중국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국내 제약·바이오 의약품 제조시설과 유럽 제약 공장에도 FDA 현장 실사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FDA는 지난해 독일 심트라 도이칠란트 (Simtra Deutschland GmbH, 구 박스터 온콜로지) 제조소에 기습적으로 방문해 무균 공정 라인을 점검한 후, 올해 3월 FDA 경고장(Warning Letter)을 공식 발부한 바 있다.

임상적 효능 측면에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CARES-310) 데이터는 여전히 유효하다. 엘레바에 따르면 이번 CRL에서도 임상이나 효능 관련 지적은 없던 것으로 확인된다. CARES-310 3상 최종 분석에서 병용요법은 대조군인 소라페닙과 비교해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을 15.2개월에서 23.8개월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3.7개월에서 5.6개월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연장했다.

앞서 2024년 5월과 2025년 3월의 1, 2차 CRL에 이어 올해 세 번째 CRL에서도 다시 항서제약 제조시설 문제가 거론되며 HLB 측은 '4수'에 나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처음 FDA 허가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임상 데이터가 워낙 좋아 허가 기대감이 컸던 만큼 첫 CRL 수령은 충격적"이었다면서도 "Form 483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예단은 어렵지만, 이번은 세 번째 수령으로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FDA는 해당 제조소의 지적사항이 해소되고 cGMP 기준 준수가 확인될 때까지 리보세라닙 NDA를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cGMP 관련 문제가 해소된 이후에도 필요할 경우 해당 제조소에 대해 사전승인실사(PAI)를 실시할 수 있으며, cGMP 실사와 PAI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아야 신약 허가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CRL에 포함됐다.

만약 FDA가 항서제약 측 시정조치 자체는 수용 가능하지만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FDA 실사 일정과 후속 보고서, 재신청 검토까지 거쳐야 해 연내 승인 일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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