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잠수함 놓쳤지만 함정은 잡는다"···K조선, 美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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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놓쳤지만 함정은 잡는다"···K조선, 美 시장 정조준

등록 2026.07.09 17:43

김제영

  기자

美 해군, HD현대·한화오션·삼성重에 건조 역량 확인조선소·인력 부족 미국, 한국 생산 경쟁력 주목

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서 고배를 마신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함정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가 동맹국 간 안보·산업 생태계를 중시했다면,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부족한 함정 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승부의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해군은 최근 최근 국내 조선사들에 전투함과 급유함 건조 역량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요청서(RFI)를 보냈다. 한미 조선협력(MASGA) 논의 이후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업계의 군함 건조 능력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다.

RFI는 실제 발주 전 단계에서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절차다. 미국 정부가 가격과 생산 능력, 납기 조건 등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전투함 건조 역량 자료를 제출했다. 중형급 급유함 관련 RFI에는 삼성중공업까지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미국이 한국 조선업의 실제 생산 능력을 검토하기 시작한 신호로 보고 있다. 단순 기술력이 아니라 설계 인력과 건조 속도, 공급망 대응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TKMS와 경쟁했지만 최종 수주에 실패했다. 캐나다는 NATO 회원국인 독일과의 안보 협력 관계와 유럽 방산 생태계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 해군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은 자체 조선 능력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현재 370여척의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35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해군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조선소 부족과 숙련 인력 감소로 함정 건조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2054년까지 해군 함대를 현재(2025년말 기준) 296척에서 381척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한 함대 확장뿐 아니라 기존 노후 함정 교체까지 고려하면 향후 30년간 364척 규모의 신규 건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시장 규모는 약 1조달러(약 1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조선업계에는 기회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군함 분야에서도 설계와 생산 경험을 갖추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부족한 생산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현지 기반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최대 군함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다만 미국 군함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미국 군함은 현재 관련 법 규정으로 해외 조선소 건조가 제한돼 있다. 향후 규제 완화와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 여부가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핵심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는 동맹과 산업 생태계가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생산 능력 확보가 더 큰 과제"라며 "한국 조선업이 가진 건조 속도와 생산 역량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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