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부터 주식·ETF(상장지수펀드) 정규 거래시간을 저녁 8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직장인 등 개인투자자의 증시 접근성이 높아지고, 야간장에서 파생·선물 등과 연계한 다양한 거래 전략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순기능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 조치는 이미 하루 평균 5조 원 이상이 거래되며 코스피 현물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ETF 시장의 구조를 뒤흔드는 변화이기도 하다. 특히,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의무를 연장 시간대에 자율로 두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간은 늘리고 인프라는 그대로'라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TF 괴리율은 ETF의 시장가격과 실제 순자산가치(NAV) 간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지표이다. 괴리율이 플러스이면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마이너스이면 싸게 거래되는 것이다. 자칫 괴리율 확대가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다.
국내 ETF 시장은 2020년 50조 원에서 2025년 300조 원으로 5년 새 약 6배 정도 커졌고, 상장 종목 수도 1,000개를 넘어섰다. 올해 3월에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변동성 확대 속에 ETF 괴리율이 기준치를 넘어 공시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금융당국도 '과장광고와 괴리율 확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업계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거래시간 연장은 다음과 같은 경로를 통해 괴리율 위험을 키울 수 있다. LP의 호가 제공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거나 느슨해질 경우, 호가 공백 구간에서 ETF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과도하게 움직이기 쉽다. 저녁 시간대에는 거래량이 줄어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소규모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며 괴리율이 확대될 소지가 크다.
특히,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의 경우, 기초자산이 거래되는 해외 현지시장은 이미 마감된 반면, 국내 ETF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어지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실시간 기준 가격이 부족해지면서 NAV와 시장가격 간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ETF가 이미 개인투자자의 대표적 간접투자 수단이자 레버리지·인버스, 테마형 상품까지 포함한 '리테일 파생상품'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괴리율이 커진 상태에서 개인들이 추세 추종 매매(가격이 오른 종목은 계속 오르고, 내리는 종목은 계속 내릴 것이란 전제 아래 이미 나타난 상승 또는 하락 흐름에 따라 매수 또는 매도하는 투자전략)에 나설 경우, 실제 지수보다 비싸게 매수했다가 괴리율 정상화 과정에서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시장은 우리보다 앞서 ETF를 중심으로 장시간 거래를 경험해왔다. 이들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미국 ETF 시장에서는 정규장 외 프리·애프터마켓에서 괴리율 확대가 상시적으로 발생했다. 브로커와 거래소는 '정규장 외에는 괴리율이 클 수 있다'는 투자 위험을 명시적으로 안내한다. 따라서,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시차로 인한 기초 지수와 ETF 가격 간 괴리 확대에 대한 투자자 교육과 공시 강화가 제도적으로 시행된다.
유럽도 ETF 괴리율이 특정 기준치를 넘으면 신속한 공시와 함께 LP와 운용사의 호가·재조정 의무가 작동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즉, 선진국 증시는 거래시간 연장 그 자체보다 '괴리율이 벌어지는 구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투자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칫 괴리율 관리와 정보 제공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거래시간만 늘릴 경우, 시장 효율성보다는 정보 비대칭과 개인투자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선진시장 경험이 주는 핵심 교훈이다.
필요한 구체적 대응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장 시간대 ETF의 LP 의무를 '자율'이 아닌 '차등 의무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거래량이 많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요 지수형·원자재·채권 ETF에 대해서는 연장 시간대에도 LP 의무를 적용하고, 소형·테마형 ETF에는 자율에 가깝게 허용하는 식의 정교한 구분이 필요하다.
둘째, 거래소는 연장 거래 도입 전에 해외 ETF를 중심으로 한 '괴리율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해당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즉, 거래소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LP 의무 축소와 거래시간 연장이 맞물릴 때 괴리율이 어떻게 확대되는지, 어느 섹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지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보완책을 정비해야 한다.
셋째, 금융당국, 거래소, 금융투자협회가 함께 'ETF 가격·괴리율 교육'을 상시화해야 한다. 괴리율의 개념, 정규장·야간 거래 시 유의 사항 등을 체계적으로 투자자에게 안내하고, 투자자를 위한 괴리율 관련 교육 콘텐츠 제공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거래시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에 앞서 ETF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먼저 갖추지 못한다면, '24시간 가까운 거래'는 곧 '24시간 위험 노출'이 될 수 있다. 정책 당국과 거래소가 괴리율 관리, LP 제도 정비, 정보 제공과 교육 강화라는 세 축을 함께 추진할 때, 거래시간 연장은 비로소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이 될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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