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를 활용한 단백질 기반 신약의 비밀케미컬 의약품과 다른 작동 원리
살아있는 세포가 빚어낸 거대하고 복잡한 약
바이오 의약품은 한마디로 살아있는 시스템(세포, 미생물 등)을 이용해 만든 약이다. 앞서 다룬 케미컬(합성의약품)이 '작고 단단한 분자'(저분자)라면, 바이오 의약품은 단백질이나 항체처럼 크고 복잡한 물질에 가깝다. 약의 성격도 여기서부터 완전히 달라진다. 약효 역시 단순히 '특정 성분이 들어 있느냐'가 아니라, '그 단백질이 원래의 입체적인 모양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기사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슐린, 백신, 항체치료제(단일클론항체 등)가 대표적인 바이오 의약품에 속한다. 면역질환 치료제(TNF 억제제, IL 억제제 등)나 항암 항체 역시 이 계열에 속한다.
먹으면 약이 아니라 '영양소'가 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바이오 의약품은 대체로 '주사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백질 성분인 바이오 의약품을 입으로 먹으면, 몸은 이를 약이 아니라 고기 같은 '영양소'로 착각해 분해해 버리기 때문이다.
환자가 약을 삼키면 강력한 위산과 장의 소화 효소를 만나게 된다. 작고 단단한 케미컬 의약품은 이 과정을 곧잘 견디지만, 단백질 주성분인 바이오 의약품은 소화 과정에서 잘게 썰려 아미노산 조각으로 흩어진다. 약효를 발휘할 '원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덩치(분자 크기)마저 커서 그대로는 장 점막을 통과해 혈액으로 흡수되지도 못한다. 그래서 바이오 의약품은 약효를 띤 온전한 형태 그대로 몸속에 밀어 넣기 위해 정맥주사(IV)나 피하주사(SC) 방식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포 안으로 못 가는 대신 '정밀 타격'에 집중
체내에서 작동하는 방식도 케미컬 의약품과는 결이 다르다. 바이오 의약품은 덩치가 커서 세포를 둘러싼 막(세포막)을 뚫고 세포 내부로 들어가기 어렵다. 대신 이들의 주 무대는 혈액 속이나 세포의 겉표면이다.
예를 들어 항체치료제는 혈액이나 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항원, 수용체 등)에 달라붙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염증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을 붙잡아 중화하기도 하고,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미리 결합해 나쁜 신호가 들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도 한다. 또한 내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 같은 표적을 더 잘 공격할 수 있도록 꼬리표(표지)를 달아주는 역할도 한다.
이 과정을 설명할 때 다시 '열쇠와 자물쇠' 비유를 떠올려보자. 너무 작아서 이런저런 자물쇠를 다 열 수 있는 만능 열쇠처럼 작동하는 케미컬 의약품과 달리, 잘 설계된 바이오 의약품은 특정 표적이라는 자물쇠에만 딱 맞는 열쇠처럼 정교하게 결합해 정밀 타격을 가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자가면역질환, 특정 암, 난치성 희귀질환 분야에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 신약이 바이오 계열에 대거 포진해 있다.
정교한 만큼 예민하다, '면역원성'이라는 숙제
바이오 의약품에는 '정교한 만큼 예민한 약'이라는 꼬리표도 항상 따라붙는다. 단백질은 사람의 몸에 들어갔을 때 면역 반응, 즉 '면역원성'을 유발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내 몸의 면역 체계가 이 외부 단백질 약을 세균 같은 '낯선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몸에서 약을 무력화하는 항체(중화항체)를 만들어 약효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드물게는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제약·바이오 기사에서 바이오 의약품을 다룰 때 약의 놀라운 효과만큼이나 '면역원성', '과민반응', '주사 부위 반응' 같은 안전성 관련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 요약
결과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관련 기사를 읽을 때는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먼저 이 약을 왜 주사로 맞는지다. 입으로 먹으면 소화되어 분해되고 덩치가 커서 흡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 약이 어디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다. 세포 안으로 뚫고 들어가기보다는, 주로 혈액이나 세포 겉표면에서 특정 표적을 정밀하게 겨냥해 작용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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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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