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원화 실질가치 16년 만 최저···환율 1500원대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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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실질가치 16년 만 최저···환율 1500원대 우려 커진다

등록 2025.11.23 17:30

양미정

  기자

수출기업 환전 지연 및 실질 구매력 저하원화 가치 급락, 주요국 통화와 동반 하락NH선물 등 금융기관 상단 1540원 경고

지난밤 뉴욕증시 다소 크게 후퇴하고 AI버블론과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코스피가 151.59p(3.79%) 내린 3853.26, 코스닥은 27.99p(3.14%) 863.95로 하락 마감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지난밤 뉴욕증시 다소 크게 후퇴하고 AI버블론과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코스피가 151.59p(3.79%) 내린 3853.26, 코스닥은 27.99p(3.14%) 863.95로 하락 마감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지난달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며 원화 약세가 장기 흐름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다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국제 교역에서의 원화 구매력은 앞으로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월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는 89.09(2020년=100)로 전월 대비 1.4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올해 3월 계엄 사태 여파로 불확실성이 정점에 달했을 때의 89.29를 밑도는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86.63)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외환위기 때 68.1, 금융위기 때 78.7까지 떨어진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2020~2021년 한때 100을 웃돌았으나 이후 90 중반대에서 정체해 왔다.

원화 실질가치 하락은 미국 경제의 견조함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까지 약세를 이어가면서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95선 아래로 밀린 뒤 12월 계엄 사태를 계기로 90선까지 곤두박질쳤고, 이후에도 이 수준이 고착화되며 원화의 실질 구매력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 대비 자국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저평가로 평가된다. 지수가 이처럼 낮다는 것은 원화로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재화·서비스의 양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가 집계하는 64개국 중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으며, 월간 하락 폭 역시 뉴질랜드(-1.54p) 다음으로 컸다. 국내 기준으로도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이달에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지수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22일까지 원화 가치는 2.62% 하락해 일본의 확장 재정 정책 영향으로 약세였던 엔화(-1.56%)보다도 낙폭이 1%포인트(p) 이상 컸다. 같은 기간 호주달러(-1.31%), 캐나다달러(-0.65%), 스위스프랑(-0.51%), 영국 파운드(-0.41%), 유로(-0.19%) 등 주요 통화들은 모두 달러 대비 약세였지만 원화만큼 떨어진 통화는 드물었다. 주요 통화 중에서는 중국 역외 위안만이 0.24% 강세를 보였다.

박지훈 하나은행 자금시장본부 팀장은 "위험회피 심리 속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달러 수요를 자극해 원화 약세가 과도하게 나타났다"며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실질실효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장중 1476.0원까지 오르며 미·중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4월 9일(1487.6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당시 급등은 단기 조정으로 이어졌지만 최근 환율은 완만한 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어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12월 FOMC에서 예상보다 매파적인 결정을 내릴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 환율 상단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 1500원 방어도 쉽지 않다"며 "정부 개입만으로 환율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상단 1540원, 하단 1410원으로 제시하며 14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위재현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는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약세가 예상되지만 주식 중심의 해외투자가 구조적으로 늘어난 점, 대미 투자 합의로 수출기업 환전이 더딘 점 등은 모두 원화 추가 약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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