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조 ESS 2차 대전' 이달 개막···K배터리, 전략 강화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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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ESS 2차 대전' 이달 개막···K배터리, 전략 강화 막바지

등록 2025.11.14 06:00

고지혜

  기자

17일 사업자 설명회 1차 열어···사업자 목소리 청취입찰 공고 이달 중 나와···'비가격 평가 기준 개선'삼성SDI NCA, LG엔솔·SK온 LFP 배터리 공략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전력거래소의 ESS(에너지저장장치) 2차 중앙계약사업이 막판 속도전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말 착수 예정이던 일정이 한 달가량 늦춰졌지만 이달 말에는 재시동을 걸 전망이다. 이번 입찰의 승패는 가격보다 '안전'과 '국산화'에 달렸다는 평가 속에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의 수주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가 오는 1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사업자 설명회 1차'를 개최한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지난 상반기에 입찰된 1차 사업 추진 경과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2차 추진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당초 전력거래소는 2차 입찰공고를 지난 10월 말 내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었다. 다만 최근 국정자원 ESS 화재 사고 후 안전성 평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며 일정이 미뤄졌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1차 사업 대비 개선할 부분을 지속 검토 중이며, 이런 부분들을 반영하고 최종적으로 위원회 승인 절차를 진행하다 보니 일정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2차 사업 일정이 지연된 이유는 1차 사업 대비 안전성과 평가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 때문이며, 그 핵심은 바로 비가격평가 항목이다. 비가격 평가는 ▲계통연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안정성 ▲기술능력 ▲주민수용성 및 사업준비도 ▲사업신뢰도 등 6개 지표로 구성된다. 1차 입찰에서는 전체 평가 비중의 40%를 차지했지만 전력거래소는 '변별력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평가 방법의 구체화와 배점 조정, 항목 신설 등을 포함한 손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가격평가 비중이 최대 50%까지 확대되고, 그 안에 '화재안전성' 항목이 신설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입찰 공고가 늦어지면 올해를 넘기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력거래소는 늦어도 이달 마지막 주까지는 공고를 낼 것이라며 일정을 다잡고 있다. 이에 설명회도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1차 입찰 때는 사업자 설명회 후 공고까지 두 달이 걸렸지만, 이번엔 '설명회-공고' 과정이 2주 안에 몰아치듯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입찰 준비 시점이 막바지에 다가온 만큼, 국내 3사도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차와 마찬가지로 2차 입찰 규모도 정부가 전국단위로 처음 추진하는 조(兆) 단위 프로젝트로, 총 540MW, 1조5000억원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3사 수주 경쟁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1차 입찰에서 약 76%를 쓸어담은 삼성SDI는 이번에도 NCA 배터리로 정면승부에 나선다. 가격 평가 비중이 기존 60%에서 5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NCA의 가격 핸디캡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달에는 한국전기안전공사와 '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배터리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국내시장 우위를 굳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분야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전기안전공사와 안정성 강화에 협력한다는 점에서 차후 진행할 입찰에서 삼성SDI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체 물량의 약 20%를 수주한 LG에너지솔루션과 고배를 마신 SK온은 2차 입찰에서 더 많은 물량을 수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각사는 모두 비가격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 항목(24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의 LFP 생산 라인을 국내로 이전하거나 충북 오창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SK온도 서산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은 높지만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는 엘앤에프가 유일하게 LFP 양극재 양산을 준비 중이나 내년 상반기 공장 준공 일정상 이번 입찰에는 반영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LFP 강자 중국 CATL의 참전 가능성도 낮다. 1차 입찰 당시 국내 법인을 세우고 엔지니어 모집까지 했지만 비가격평가 기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발을 뺀 전례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차 입찰 당시 사업자 선정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1차는 가격 경쟁력이 좌우했다면, 2차는 국내 생산과 안전성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 주도 프로젝트인 만큼, 각 사가 실적 레퍼런스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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