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BBVA, 커스터디 내재화로 자산관리 '새 축'국내 은행, 전문법인 지분투자 그쳐 주도권 한계제도권 편입 앞두고 기술·통제 역량 격차 심화 우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내년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출범을 목표로 자체 솔루션과 외부 파트너십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자산에 대해서는 자체 솔루션을, 규제 및 기술 리스크가 낮은 자산에 대해서는 외부 파트너 솔루션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자산 유형별 최적의 보안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전통 자산관리·수탁 비즈니스를 디지털자산까지 포괄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스페인 BBVA은행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장에 본격 진입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BBVA는 2023년 튀르키예에 커스터디 서비스 전담 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 7월 스페인 내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 및 커스터디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BBVA의 모바일 뱅킹 앱에 통합돼 운영되며, 별도 제휴거래소나 외부 보관업체 없이 BBVA 자체의 암호화 키 관리 플랫폼을 활용해 보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 DBS은행은 2020년부터 자체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통해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미국 BNY멜론·호주 ANZ·프랑스 BNP파리바 등도 전문 보관업체와 협력해 기관 고객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 수수료 수익 확대 및 시너지 기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는 전문기관이 투자자 대신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운용하는 수탁 서비스다. 은행 입장에서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고 기존 비즈니스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글로벌 은행들이 거래소·핀테크 중심의 커스터디 생태계에 직접 뛰어드는 배경에는 규제 완화와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 가속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 금융회사는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한 법적 지위를 이유로 참여를 미뤄왔지만 각국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접근법이 달라졌다.
또한 대형 금융회사들은 기존의 거래소나 전문기업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신뢰성과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산 보관을 넘어 디지털자산을 포함한 종합 금융 플랫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내 은행권은 여전히 간접투자 중심의 대응에 머물러 있다. '리딩뱅크' 타이틀을 쥐고 있는 KB국민은행은 2020년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해치랩스와 함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회사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공동 설립했다. KDAC(한국디지털자산수탁)에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대구은행은 인피닛블록에, 우리은행은 비댁스(BDACS)에 투자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미국 커스터디 전문기업 비트고(BitGo)와 합작해 비트고코리아를 세웠다. 이들 기업은 은행 자금을 기반으로 설립됐지만 실질적 서비스 제공 주체는 모두 별도 전문회사다, 따라서 직접 사업자가 아닌 은행은 이익 공유 파트너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반면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핀테크 기업들은 직접 커스터디 시장에 뛰어들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두나무의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8월 법인·기관 전용 '업비트 커스터디'를 출시하며 기관 자금 유치에 나섰다. 거래·정산·보관 기능이 통합된 구조를 기반으로 신속성과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 모델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국내 은행 차별화 전략 필요···법인영업·내부통제 강화 관건
국내 커스터디 시장의 참여 주체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여전히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직까지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모델이 뚜렷하지 않고, 기존 금융 인프라와 연계한 서비스 패키지가 부재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법인 고객은 커스터디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수요층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있고, 이들은 안정적이고 규제 친화적인 수탁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이 커스터디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관 고객의 자산관리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신뢰 기반 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는 전통 금융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이 잠재된 분야다. 해킹, 키 분실, 자금세탁, 시장 변동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동시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기존 리스크 관리 체계를 넘어선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신용과 평판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여전히 기술력과 경험이 부족한 상태다. 커스터디 법인인 KODA가 보안·준법·AML 전문가를 영입해 내부통제 수준을 높였지만, 대다수 은행은 전담 조직이나 기술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순 투자를 넘어 내부통제 강화, 전문인력 확보, 글로벌 인증 취득 등 인프라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재만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 인프라 시장 진출을 통해 전통 금융회사의 수익 다변화 및 서비스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글로벌 은행은 규제 완화로 관련 서비스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제도권 편입에 따른 커스터디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은행은 직접 진출보다는 지분투자 등 제휴를 통한 간접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성장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법인 영업체계 강화와 함께 은행 인프라를 결합한 서비스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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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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