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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스마트홈에 밀린 삼성·LG 집사 로봇···'휴머노이드'로 방향 튼다

산업 전기·전자

스마트홈에 밀린 삼성·LG 집사 로봇···'휴머노이드'로 방향 튼다

등록 2025.10.01 15:13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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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볼리'·LG 'Q9' 연내 출시 무기한 지연돼소규모 로봇 시장·스마트홈 플랫폼의 진화 탓가사노동 '수행'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변신 전망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집안을 지켜줄 AI 집사 로봇 '볼리'와 'Q9'이 약속했던 시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앱 하나로 집안 가전이 움직이는 시대가 열리면서 로봇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진 탓이다. 이에 양사는 결국 휴머노이드 개발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집사 로봇 볼리와 Q9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먼저 LG전자의 Q9은 지난해 열린 CES 2024에서 첫 공개됐다. 두 개의 바퀴로 실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목소리와 말투를 파악하는 AI 에이전트로 구현됐다.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거나 상황에 맞게 조도를 조절하는 등 육아 보조 기능에 초점을 맞춰 대중에게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계획은 지난해 베타 버전을 선보이고, 올해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의 볼리는 앞선 CES 2020에서 처음 공개됐다. 삼성은 자사 언어모델과 제미나이의 멀티모달 기능을 결합해 집안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음성만으로 제어하는 비서를 내세웠다. 올 상반기 출시가 거론됐고, 지난 4월에는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 사전 등록 페이지를 열어 기대감을 높였지만 실제 제품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IFA2025에서 두 로봇은 전시되지 않았고, 동시에 양사 최고경영진은 나란히 출시 연기를 공식화했다. LG전자는 "Q9을 개발할 당시 이렇게까지 로봇 기술이 빠르게 진화할 줄 몰랐다"며 전략 재검토 배경을 설명했고, 삼성전자는 "필드테스트와 개선 작업을 거듭 진행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출시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집사 로봇의 핵심 기능이 이미 스마트홈 플랫폼으로 구현돼 있어 소비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와 LG전자의 'LG 씽큐'는 수많은 가전과 기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집안의 신경망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하면 집 밖에서도 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의 전원을 켜고 끄며, 세밀한 기능 조절까지 가능하다.

이는 원래 집사 로봇이 내세울 핵심 기능이지만 이미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해 간편하게 구현되면서 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LG전자가 결국 Q9의 일부 기능을 '씽큐온' 플랫폼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또한 양사가 AI가전 출시에도 열을 올리면서 가전이 스스로 상황을 분별해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사용자의 위치·시간·사용 습관을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를 자동으로 추천하는 '나우 브리프' 기능을 지원한다. 로봇이 집안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가전이 알아서 상태를 점검하고 알림을 보내는 수준이다. LG전자의 Q9이 내세운 청소 지원 기능 또한 이미 로봇청소기가 차지한 영역이라 구매력이 떨어진다.

결국 마지막 관문은 가격이다. 축구공만 한 집사 로봇 한 대 가격은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프로젝터와 고성능 AI 칩 등 첨단 부품이 대거 탑재되면서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로젝터 한 대 가격만 100만~200만원 수준에 달한다. 기업들도 이런 부담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 LG전자는 가격경쟁력을 위해 당초 가정용 로봇을 구독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로봇은 미국처럼 시장이 앞선 곳에서도 여전히 소규모에 불과하다"며 "출시되더라도 수익성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업들의 시선은 휴머노이드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가사노동 '관리'를 넘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피지컬 휴머노이드 영역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은 전날 "삼성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공급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Q9을 사람 형태만큼은 아니더라도 가사노동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진화시키는 과정 중에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폼팩터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현재 양사가 출시하는 AI 비서 로봇은 집안을 자율주행할 다리(바퀴)와 눈(카메라)만 있을 뿐 가사노동을 직접 처리할 수 있는 팔에 해당하는 기술력을 갖추지 않았다. 여기에 빠르게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하려면 상용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두 개발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 내 출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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