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라텍스 1위 '카리플렉스' 매각설에 주목 '몸값 최대 2조'···재무 부담 줄일 '최적의 카드'"미래 성장동력 포기하는 '자충수' 될 것" 우려도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카리플렉스의 매각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회사 DL은 전날 이 소문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했다.
카리플렉스는 음이온 촉매 기반 합성고무 제조 기업이다. 수술 장갑용 특수장갑 등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이소프렌라텍스(IRL) 부문에서 전세계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DL케미칼은 2020년 약 6200억원을 들여 미국 화학사 크레이튼으로부터 이 회사를 사들였고, 2022년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싱가포르에 설비를 증설했다.
실적도 양호하다. 카리플렉스는 2024년 매출 2397억원과 영업이익 474억원을 올렸고, 올 상반기에도 매출 1039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냈다. 업계에선 이 회사의 몸값이 1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L케미칼이 그런 알짜회사의 매각을 염두에 두는 것은 포트폴리오와 재무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발(發)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석유화학 업황이 크게 뒷걸음질친 탓이다. 아울러 한화와 50%씩 합작한 여천NCC에 올해만 25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출도 늘면서 회사도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 실제 부채비율이 355%(6월말 기준)까지 급등한 상태다.
덧붙여 여천NCC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한화·DL 측에 필요 시 대여금 3000억원을 출자 전환해야 한다며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회사 차원에서도 지금으로서는 실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출자전환은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채무 부담을 줄이는 방식인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경영권 약화로 이어진다.
이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지난달 정부가 연말까지 NCC(나프타 분해 설비) 생산능력을 총 270만~370만톤 줄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관련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점쳐졌으나, 1개월이 지난 현재 아무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설비 규모나 고용 유지, 사업성, 지역경제 영향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선뜻 나서는 곳이 없어서다.
이 와중에 카리플렉스가 시장으로 나온다면 DL케미칼로서는 NCC를 살리기 위해 고부가 사업을 매각하는 모양새가 된다.
외부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성사 시 경쟁력 회복에 기여할 것이란 평가 이면엔 성장 동력을 내려놓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존재한다.
물론 카리플렉스가 우선 재무 부담을 줄일 최적의 카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인 데다, 싱가포르 증설을 마친지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어서다. 게다가 M&A(인수합병) 시장 트렌드도 안정적이고 성장성이 뚜렷한 기업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처럼 '부실 자산 털어내기 식' 매각은 통하지 않는다는 애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장기적 성장 동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NCC 중심 범용 제품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린다. 반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은 공급처만 명확하다면 경기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화학기업도 스페셜티 영역으로 사업의 중심 축을 옮겨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DL케미칼의 '알짜회사' 카리플렉스 매각은 글로벌 화학업계 흐름과 대비되는 행보"라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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