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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반도체로 이겨낸 SK그룹, 리밸런싱 실기없다

산업 재계 위기를 기회로| 파이팅 KOREA

반도체로 이겨낸 SK그룹, 리밸런싱 실기없다

등록 2025.09.12 09:08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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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 경제 속 SK하이닉스 질주···HBM 왕좌 차지비핵심 계열 정리 속도···SK실트론 매각 등 사업 재편최태원 회장 꼽은 'AI', 울산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로 본격화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올해는 전 산업, 전 세계 업계가 모두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부터 한국 내 제도 재정립까지 불확실성이 겹쳤다. 모래 위에 집을 지으면 곧 무너지듯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다만 국내 기업 중 SK그룹의 SK하이닉스만 이러한 기조 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HBM 왕좌를 거머쥔 데 이어 내년에도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이라는 예견도 지배적이다. 덕분에 SK그룹은 그나마 위기를 버티고 있는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리밸런싱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업계의 진심 어린 조언도 이어지고 있다.

HBM 역사 쓴 SK하이닉스···SK그룹 위상도 동반 상승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 이 모든 과정은 SK의 과감한 투자,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덕분이었다."

SK하이닉스를 이끌고 있는 곽노정 사장이 지난달 한 발언이다. 2012년 최태원 SK회장이 과감히 인수한 이후 SK하이닉스는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 결실은 올해 정점을 찍었다. 가장 상징적인 업적은 글로벌 D램 시장 1위다. 1992년부터 32년간 왕좌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제치고 SK하이닉스가 정상에 올랐다. 인공지능 시대 수요에 발맞춰 HBM 시장을 선점한 결과다. 특히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를 사로잡으며 승부처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올해 1·2분기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로 이겨낸 SK그룹, 리밸런싱 실기없다 기사의 사진

이에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마저 뛰어넘으며 국내 기업 중 선두에 섰다. 반도체에 집중하는 SK하이닉스가 모바일·가전 등 다각화를 이룬 삼성전자를 넘어선 셈이다.

이 같은 선전으로 SK그룹 전체 위상도 달라졌다. 그룹 영업이익은 올해 16조6000억원으로 삼성전자(13조8578억원)를 제쳤는데 SK하이닉스의 기여가 결정적이었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기본급의 1000%로 묶여 있던 성과급 지급 한도를 폐지하고 직원 1인당 1억원가량 성과급을 쾌척하기로 했다. 이는 SK하이닉스 노조가 10차례 이상 걸친 교섭 끝에 얻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자연히 내년 SK그룹 인사에서 곽노정 사장의 승진도 거론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차세대 리더 발굴을 이유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곽 사장을 부회장 1순위로 꾸준히 지목해왔다.

종속사 153곳 정리했지만···리밸런싱 숙제는 현재진행형


그럼에도 그룹 차원의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특히 수많은 종속사를 보유한 SK는 2023년 말부터 비핵심 사업 매각과 계열사 합병을 통해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153곳의 종속회사를 정리했지만 여전히 634곳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가장 주목받은 작업은 단연 SK온과 SK엔무브의 흡수합병이다. 이번 합병으로 SK온은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EBITDA 추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국기업평가는 "SK온과 엔무브 합병은 그룹 차원의 배터리 육성 의지를 보여주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크지 않아 재무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의 부담은 늘고 있는 실정인데 두 회사 간 연결고리가 없어 상호 지원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합병으로 단기 실적은 개선됐으나 배터리 부문의 구조적 수익성 악화는 여전히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SK실트론 매각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SK㈜는 웨이퍼가 반도체 핵심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리밸런싱 축인 AI 사업과의 연계성이 낮다는 판단 아래 매각을 추진해왔다. 당초 최태원 회장의 지분 인수와 관련된 사익편취 의혹이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나면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 종결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SK㈜가 경영권 매각 협상에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SK㈜ 측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WS까지 끌어온 최태원···뚝심 AI로 향하다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SK그룹이 리밸런싱의 최종 고지점으로 삼고 있는 분야는 단연 AI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AI가 HBM에 이은 4차 퀀텀 점프의 기회"라며 그룹 차원의 투자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에 82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 6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는 "AI 적응 여부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좌우한다"며 "IT를 넘어 전기·에너지, 바이오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을 확대하자"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지난 6월 울산 AI 전용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화됐다. SK그룹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HBM을 비롯한 SK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다. 구축과 운영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맡고 SK가스와 SK멀티유틸리티 등 계열사들이 인프라와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특히 최 회장은 글로벌 클라우드 강자인 AWS 유치에도 직접 나섰다. 지난해부터 미국을 직접 오가며 앤디 제시 AWS CEO와 세 차례 이상 협의에 나섰고 그 결과 일본·싱가포르와의 경쟁 끝에 울산이 최종 입지로 확정됐다. SK그룹은 이번 데이터센터가 '동북아 AI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리밸런싱 효과로 재무구조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매각, SK실트론 매각 등 포트폴리오 조정과 함께 AI 신사업이 본격 수익화되는 2027년 이후 ROE는 1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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