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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정부는 생산 줄이라는데"···'이중고' 만드는 샤힌 프로젝트

산업 에너지·화학

"정부는 생산 줄이라는데"···'이중고' 만드는 샤힌 프로젝트

등록 2025.09.08 15:58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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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정률 80% 임박···2026년 완공에틸렌 180만톤 생산···정부가 요구한 감축규모 절반 수준중동발 원가 경쟁력도 '위기'···석유화학 업계 불안 심화

샤힌프로젝트 공사현장. 사진=에쓰오일 제공샤힌프로젝트 공사현장. 사진=에쓰오일 제공

에틸렌 감축에 석유화학 업계가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에쓰오일은 'TC2C' 신공법을 무기로 생산 지형을 흔들고 있다. 앞에서는 정부가 감축안을 제촉하고, 뒤에서는 에쓰오일과 중동 등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규모 공급을 예고하면서 업계는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의 공정률이 80%에 임박하면서 석유화학 기업들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울산 최대 규모 석유화학 신설사업이다.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을 통해 추진되는 한-사우디 경제협력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투자규모는 9조2580억원으로,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26년 완공 후에는 ▲에틸렌 180만톤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벤젠 28만톤 등 기초유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틸렌을 원료로 하는 폴리에틸렌은 ▲LLDPE 88만톤 ▲HDPE 44만톤을 자체 생산한다.

석유화학 업계는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될 경우 업황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통폐합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1300만톤)의 14%에 달하는 물량이 추가되면 판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개발한 TC2C(원유에서 화학제품 전환)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원유 중간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존 NCC 설비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국내 석화업계의 공급 과잉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값싼 원료가 쏟아져 들어오면 국내 NCC업계는 존립이 위태롭기 때문에 샤힌 프로젝트가 치명적일 것"이라며 "샤힌 건설이 멈추지 않는 이상 '오늘 무너지냐, 내일이냐'의 문제일 뿐. 결국 구조적 위기를 늦추고 있을 뿐이라는 게 현장의 시각"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정책과의 괴리도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주요 10개 석화 기업들에 연 270만~370만톤 규모의 감축을 요구했다. 에쓰오일도 이 자율협약에 참여했지만,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오히려 감축 규모의 절반을 웃도는 물량을 증설하며 정부 기조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이어진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의 외부 판매량이 가동률 100% 기준 240~250만톤에 달하며 기존 대비 약 1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경상권 기초유분 생산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극심한 업황 부진 때문에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구조조정이 추진 중인데, 이 시국에 TC2C 신공법을 적용한 설비가 들어온다"며 부진 장기화를 우려했다.

다만 에쓰오일은 이번 투자가 정부와 같은 방향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또한 "정부의 큰 틀은 국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로, 샤힌 프로젝트는 전통적 방식이 아닌 TC2C 방식을 가장 먼저 대규모로 도입해 강화 방안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감축만을 강조하는 시각에서 보면 증설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본질은 경쟁력 강화라는 점에서 방향은 일치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발 공급 확대도 부담을 더할 전망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은 중국과 중동의 공급과잉으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은 최근 노후 설비 감축에 나서는 등 자체적으로 공급 억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중동은 정반대다. 삼일PwC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중동은 2030년까지 1123만톤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를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원유 직투입 통합공정(COTC)을 도입해 생산비를 낮추고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전망이다.

구슬기 IBK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는 나프타 기반 구조라 원가가 높고 가격 경쟁력에 취약하다"며 "새로운 공정방식이 확대될수록 비산유국인 국내 NCC 공정의 한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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