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빨라지는 석유화학 재편···여수·울산도 구조조정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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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석유화학 재편···여수·울산도 구조조정 '속도'

등록 2025.12.15 15:07

전소연

  기자

DL, 여천NCC 3공장 대신 1·2공장 중 한 곳 폐쇄 제안3공장 폐쇄해도 전체 에틸렌 200만톤도 감축 못해대산·여수는 재편안 '윤곽'···울산은 컨설팅 자문 중

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LG화학 대산공장. 그래픽=이찬희 기자롯데케미칼 여수공장과 LG화학 대산공장. 그래픽=이찬희 기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지난달 업계 최초로 대산산단 나프타분해시설(NCC) 합병안을 제출한 가운데, 여수와 울산에서도 구조개편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 석화 기업 모두 늦어도 이번주까지 개편안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재편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의 공동 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최근 여천NCC 3공장을 폐쇄하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폐쇄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재편에 동참하기 위한 조치다. 여천NCC 3공장이 폐쇄되면 가장 먼저 재편안을 제출한 충남 대산 롯데케미칼 공장(110만톤)에 더해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총 157만톤 줄어든다.

DL케미칼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천NCC를 위해 비즈니스 개편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기존 셧다운이 논의되던 3공장 대신 1·2공장 중 한 곳을 가동 중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천NCC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선 더 큰 규모의 공급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해석에서다. 여천NCC 3공장은 47만톤인 반면, 1·2공장 규모는 각각 90만톤 규모다.

아울러 정부의 크래커 감축 방안에도 발맞추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천NCC가 에틸렌 기준 크래커 감축 방향을 확정하면 DL케미칼 역시 이에 맞춰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R&D) 투자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고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운스트림 제품군은 단계적으로 단종하고, 일부 설비 라인은 스크랩하거나 고부가 제품 전환을 위해 재배치한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 외에도 원가 보전 비중 확대, 크래커 감축, 잉여 인력 승계 등 모든 자생 노력도 병행키로 했다.

DL케미칼은 여천NCC 지원을 위해 지난 8월 총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당시에도 회사는 여천NCC의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여천NCC의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며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주주로서 원가 보전, 비즈니스 재편, 고용, 재무까지 함께 책임지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재편안이 확정되면 국내 석화 기업 사업재편 2호 사례가 된다. 가장 먼저 구조조정 첫발을 내디딘 기업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6일 산업통상부에 HD현대케미칼과 공동으로 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을 물적 분할하고, 해당 분할회사가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NCC 설비의 합리화 및 일원화된 생산 운영체계가 구축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충남 대산·전남 여수·울산산단의 NCC 생산능력 감축을 요구했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규모는 270만~370만톤(t)으로, 전체 나프타 기반 에틸렌 생산능력(1470만톤)의 약 18~25%에 해당한다.

다만 여천NCC 3공장 폐쇄와 대산 공장 감축을 모두 반영하더라도 현재까지 확정된 에틸렌 생산 능력 감축 규모는 157만톤에 그친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에 비해 여전히 상당한 격차다. 당초 업계에서는 주요 산단별로 최소 100만톤 안팎의 추가 감축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간 업계에서는 여수산단에 이목을 집중해왔다. 여수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이 국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여수는 국내 최대 석화단지로, 기업별 NCC 캐파는 ▲롯데케미칼(123만톤) ▲LG화학(200만톤) ▲여천NCC(228만톤) ▲GS칼텍스(90만톤) 등 총 641만톤이다.

이 중 LG화학은 GS칼텍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여수 NCC를 통합 운영하는 등의 시너지 창출 방안을 집중 검토 중이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통해 재편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재편안 제출 시한이 임박한 만큼 각 산단 기업들의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말이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구조조정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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