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숏리스트 선정···사상 최대 규모 '새역사'방산 강국 '독일'과 정면 승부···"반드시 수주할 것" 강력한 의지 보여기술력 비슷···'특사 파견·적극적 협력' 등 정부 치원 전폭적인 지원
기대감이 증폭되는 대어(大魚) 사업을 잡기 위해서는 하나로 뭉친 '민관 원팀'의 단합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만만치 않은 경쟁국을 상대하기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요구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캐나다 해군이 3천톤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에서 숏리스트(Short List·적격후보)에 선정됐다. 최종 경쟁 상대는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은 계약 체결 이후 납품까지 보통 9년여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6년으로 단축할 자신이 있다"며 "현지에 운용, 유지·정비(ISS)센터도 짓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해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캐나다는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35년까지 첫 잠수함을 인도받는 것이 목표다. 이번 사업은 최대 20조원 규모로, 향후 30년간 운영·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원까지 늘어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만약 수주에 성공할 경우 단일 방산 수출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호주 호위암 수주 실패의 교훈···'원팀'으로 獨과 최종 경쟁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이번 수주전에는 프랑스 나발 그룹(Naval Group), 스페인 나반티아(Navantia), 스웨덴 사브(Saab) 등 유럽의 대표 방산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은 방위사업청의 중재 아래 한화오션이 사업 주관,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형태의 '원팀'으로 이번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것이 뼈아픈 교훈으로 남은 결과다. 당시 수주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양사가 독자노선을 걸으며 경쟁력을 깎아 먹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석종건 방사청장은 "경쟁은 효율성이나 국익 앞에선 때로는 양보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며 "(호주 호위함 수주를) 교훈 삼아서 원팀 구성뿐만 아니고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추진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호주 함정 수주전은 양사 화해의 단초가 됐다.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던 양사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K-방산 원팀' 구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각각 수주를 주도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해외사업단장은 "한화오션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해군은 물론 국회 등의 지원 속에 '원팀'으로 CPSP 사업 수주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이번 숏리스트 선정이 바로 그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빛 발한 '세일즈 외교'···막오른 방산 외교戰
첫 시도만에 최종 결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K-방산 원팀은 "반드시 수주할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캐나다 지사 설립까지 결의할 정도로 수주에 진심인 모습이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강력한 경쟁사인 독일의 TKMS와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상품성은 물론 빠른 납기 역량과 검증된 잠수함 솔루션, 현지화 전략 등으로 캐나다 해군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선 시장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수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출 실적과 납기 준수, 정부 지원 여부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하지만 사실상 경쟁사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수주전의 마지막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잠수함 구매의 대가로 캐나다가 요구하는 반대급부를 논의할 '절충교역'이 이번 수주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은 정부와 군,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일반 소비재와 달리 상대국의 정부나 군이 주요 수요자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꼬집었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방사청은 지난 3월 캐나다 현지에서 '제3차 한국-캐나다 방산군수공동위원회'를 열고 잠수함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피력했고, 지난달에는 대통령 특사단이 캐나다를 방문해 잠수함 사업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25일부터 폴란드와 독일, 라트비아를 순방 중이다. 독일에 머무는 기간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킬에 위치한 TKMS 조선소를 방문하고 이어 10월 한화 거제 조선소를 찾을 예정이다. 물밑경쟁 속 치열한 외교전이 예고된다.
정 단장은 "한·캐나다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는 물론 해군 협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CPSP 사업에서 정부, 국회 등과 함께 사업 수주라는 '유종의 미'를 반드시 거두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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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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