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이더리움 랠리 속 국내 투자자 소외미국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자금 유입 확산법 제정에 법인·기관 투자 확대까지 갈 길 먼 韓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달 중 정무위원회에서 디지털자산 ETF 관련 법안의 통과는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6월 27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현물 ETF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소위를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신탁재산에 가상자산 추가 ▲가상자산 보관 관리 위탁시 사업자에게 위탁 ▲가상자산 파생상품 장외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은 금융투자상품·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탁업자의 수탁 대상에도 비트코인을 포함하지 않아 현물 ETF 발행과 중개가 막혀있다. 이는 미국 주도로 가상자산 상품 시장이 확산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애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현물 ETF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2024년 1월 미국에서 11개의 현물 상품이 동시에 상장되면서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됐다.
물길 열어준 미국, 비트코인 ETF 시장 급성장
이는 2023년 8월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SE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는 허용하면서 현물 ETF를 불허하는 것은 자의적 판단"이라는 판결이 나온 데에 따른 영향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1년 '투자회사법(40 Act)'을 기반으로 프로쉐어스 비트코인 선물 ETF(BITO)가 승인된 바 있다.
해당 판결로 인해 SEC는 2024년 1월 블랙록(IBIT)·피델리티(FBTC)·아크(ARKB) 등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일괄 승인,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진입하게 됐다. 승인 직후 이들 ETF의 총 거래대금은 하루 만에 46억 달러를 돌파했고 비트코인도 덩달아 10만 달러 선에 거래됐다.
블랙록의 'IBIT'는 출시 50일 만에 총운용자산(AUM)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현재는 860억 달러를 넘겼다. 20일 기준 현물 ETF 상품을 출시한 자산운용사의 합계 AUM은 1620억 달러, 거래량은 27억7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 7월 '지니어스법안'이 통과된 것도 자금 유입을 촉진했다. 8월에는 퇴직연금 401(k)와 개인은퇴계좌(IRA)에서도 가상자산 투자가 공식 허용되면서 투자 심리 개선이 더욱 뚜렷해졌다. 하버드대학교 연기금이 비트코인 ETF를 사들이는 등 전통 자산 운용기관의 ETF 편입도 확산 중이다.
국내선 선물, 인버스 상품 투자···자금 쏠림 현상도
반면 국내에서는 개인의 현물 ETF 투자는커녕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현행법상 ▲선물 기반 코인 ETF ▲코인 레버리지·인버스 ETF에만 투자할 수 있다. 이들 ETF는 파생상품 계약을 따라가기 때문에 시장이 콘탱고(향후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태)일 경우 롤오버 비용이 발생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현물 ETF보다 낮아질 수 있다. 롤오버·증거금·유동성 관리 등 복잡한 운용 과정으로 인해 현물 ETF 대비 운용보수도 높다.
현물 ETF 투자에 제한이 생기면서 전문가들은 자금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KB증권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이더리움을 집중적으로 축적하고 있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 비트마인 주식(BMNR)에 2억7000만 달러가 순매수돼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며 "이는 국내 제도의 한계가 자금 쏠림을 불러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ETF 바람이 거세지면서 국내에서도 일부 변화는 생겼다. 법 집행기관과 특정 비영리기관은 조건 하에서 가상자산 매매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에 전문투자자 및 상장법인 3500여 곳을 시범 허용한다고 발표했으나, 일반법인이나 금융회사의 거래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전문가 "ETF 장점 많아, 기관투자자 역할 필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미국 사례를 참고해 볼 때,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는 투자 접근성 개선, 시장 유동성 향상과 가격 안정화, 신규 자산배분 옵션 확대, 연계상품 확대 등 자본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온다"며 "ETF 출시를 위해서는 시장참여자인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가 비트코인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정책의 보수적 기조와 투자자 보호·시장 건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비트코인 ETF 정책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내놨다. 후속 과제로는 ▲시행령과 감독규정 수준의 제도 마련 ▲가상자산 현물 가격 지수 산출 가이드라인 ▲전문 커스터디 요건 ▲LP/MM 유동성 공급 체계 구축을 꼽았다.
이어 "미국과 같이 주식형 ETF와 선물 ETF가 단계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술적 인프라 구축을 거쳐 현물 ETF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타 가상자산 ETF·구조화 상품 출시도 가능할 것이며, 기관·연기금 등의 자산배분 활용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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