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업계 최고 신용도·50%대 부채비율 W=평당 1250만원대 높은 공사비O=부르즈 할리파 지은 초고층 기술력 T=압구정서 브랜드 고립 리스크
"압구정의 '전통'이냐, 성수의 '미래'냐. 20조 원 한강벨트 수주 대전이 시작됐다."
2026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눈은 일제히 한강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한 아파트 재건축을 넘어 국가 대표 부촌의 위상을 재정립할 압구정과 성수동 일대 도시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총 공사비만 20조 원에 육박하는 이번 '한강벨트 수주 빅뱅'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자존심은 물론, 향후 10년 정비사업 시장의 패권을 결정지을 단판 승부처라는 관측이다.
뉴스웨이는 압구정과 성수 한강벨트 시장에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핵심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롯데건설)의 내외부 여건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분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재편할 마천루 뒤에는 각 사의 치열한 수 싸움과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 영토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진검승부. 그 치열한 전략 싸움의 기록을 본지의 [한강벨트 격전 SWOT 분석] 시리즈를 통해 공개한다.
"(시공비가) 비싸도 삼성물산 래미안은 확실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공사비 10조원에 이르는 수주전이 예고된 국내 도시정비 사업 끝판왕 '압구정 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 흐르고 있는 기류다.
그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도시정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고수해온 '책임준공확약(시공사가 일정 기한까지 공사를 반드시 끝내겠다고 약속하는 보증서·책준확) 불가'라는 금기를 깨고, 압구정 4구역 수주를 위해 '책준확' 카드로 파격 승부수를 던진 후부터다.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갈등 등으로 공사 중단을 우려하는 압구정 조합원들에게 '무결점 완공'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고 나선 것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앞세워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파고들며 민심 얻기에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제국'의 부활도 선포했다. 압구정 단지를 70층 높이의 초고층 마천루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와 손을 잡는 등 단순한 시공권 확보를 넘어 압구정에서도 강남권 '래미안 벨트'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압구정 4구역에선 '책준확' 등 승부수를 토대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분위기지만, 한강벨트의 또다른 축인 성수지구에서는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유력 건설사들과 수주 격전이 예고된다.
본지는 한강벨트 격전지 분석 1편을 통해 삼성물산의 '한강벨트'에서의 현주소와 향후 성과, 전망을 강점부터 위협요인까지 살펴봤다.
◇강점(Strength)|5.7조 현금 보유···재무 건전성 금융권 필적
삼성물산의 최대 강점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기업다운 '압도적 자산 건전성'과 '자본력'이다. 삼성물산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로부터 건설업계에서 유일무이한 AA+(안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금융권 및 공기업 수준에 육박하는 등급으로, 고금리 여파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한 여타 건설사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삼성물산은 자본 총계만 약 34조원(건설 외 부문 포함)에 달하고,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5조 7000억 원의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부채비율도 낮다.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54%다. 삼성물산을 제외한 시공능력평가 2~10위 건설사의 평균 부채비율(189%) 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좌초하거나 지연되기 쉬운 도시정비사업을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막강한 자금력은 삼성물산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이 같은 압도적인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압구정4구역에 최상의 금융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같은 구역에서 '무조건적 책임준공확약'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것도 우수한 재무 체력이 바탕이 된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파워도 압도적이다. 삼성물산 래미안은 국내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로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순위에서 24년 연속 1위에 올라 있다. 또한 국가브랜드 경쟁력지수(NBCI) 22년 연속 1위, 국가고객만족도(NCSI) 28년 연속 1위 기록도 유지하고 있다.
◇약점(Weakness)|높은 공사비···조합과 시공비 갈등 빚기도
삼성물산에도 뼈아픈 약점이 있다. 경쟁사들보다 '높은 공사비'와 경직된 '원가구조'다.
삼성물산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은 철저히 배제하는 '선별 수주' 기조를 고수해왔다. 이는 삼성물산 재무 건전성에는 득이 되지만, 압구정 등 수주 경쟁 현장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삼성은 비싸고 콧대가 높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양날의 검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경쟁사 대비 약 10% 가량 높게 공사비를 책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한강벨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 압구정 4구역도 사례가 된다.
압구정 4구역에서 제안된 3.3㎡당 공사비는 1250만 원 선으로, 이는 압구정 3구역(3.3㎡당 1120만원)과 5구역(3.3㎡당 1240만원) 공사비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조합원들에게는 분담금 상승의 실질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이엔드가 없는 브랜드 전략도 오해를 사고 있다. 현대건설(디에이치) DL이앤씨(아크로) 등 주요 경쟁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워 고가 공사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공사비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삼성물산 측은 래미안 그 자체가 하이엔드라고 강조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선 "브랜드가 하나인데, 왜 하이엔드급 비용을 내야 하느냐"라는 불만도 여전하다.
과거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반포경남 아파트) 등 주요 사업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겪었던 갈등의 잔상도 삼성물산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래미안 원베일리'에선 2022년 1560억 원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 2023년 1130억 원 규모 증액이 이뤄진 바 있다.
"비싼 값을 지불한 만큼 공사 중단 없는 완벽한 시공을 담보하느냐"에 대한 의구심은 공사비 민감도가 최고조에 달한 압구정 자산가들에게 삼성물산의 '가성비'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기회(Opportunity)|초고층 기술력+삼성전자와의 시너지
서울시의 한강변 층수 제한 폐지도 주목된다. 삼성물산이 압구정에서 초고층 기술력을 증명하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압구정 4구역의 경우 250m, 약 70층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계획돼 있는 만큼, 자사 시공 능력을 넘어 '구조적 안전성' 등 초고층 기술력까지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163층·828m)를 시공한 삼성물산의 초고층 기술력은 단순한 홍보 문구를 넘어 안전과 상징성을 동시에 갈망하는 조합원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로 부각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 역량도 강력한 기회 요인이다. AI 기반의 가전 통합 제어 시스템, 삼성웰스토리의 조식 서비스, 에스원의 보안 솔루션이 결합된 '원스톱 삼성 라이프'는 타 건설사가 흉내 내기 힘든 그룹사 차원의 프리미엄이다.
한강변을 따라 압구정, 성수, 반포를 잇는 이른바 '래미안 벨트'가 완성될 경우, 구역 간 커뮤니티 공유와 브랜드 연동을 통한 자산 가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삼성물산이 쥐고 있는 기회이자 승부처다.
◇위협(Threat)|'현대 헤리티지' 높은 벽과 성수동의 다자간 혈전
삼성물산의 앞길을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현대건설이 이미 구축해 놓은 '압구정 현대'의 두터운 향수와 결속력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2구역을 시작으로 3구역과 5구역까지 잇는 이른바 '디에이치 타운화'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압구정 4구역 역시 여전히 수주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정도다.
만약 삼성물산이 4구역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좌우 구역이 모두 현대건설 디에이치 깃발 아래 놓이게 된다면 단지 간 커뮤니티 공유나 통합 경관 설계에서 소외되는 '브랜드 고립'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압구정 자산가들이 단지별 개별성만큼이나 '지구 전체의 통일된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은 삼성물산에 압박이 될 수 있다.
한강벨트의 또 다른 핵심 축인 성수지구(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는 다자간 혈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성수동은 디자인 혁신을 내건 서울시의 파격적인 지원 아래 현대건설은 물론 하이엔드 강자인 DL이앤씨와 아이파크 브랜드를 보유한 HDC현대산업개발까지 가세해 향후 '국내 최대 수주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이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수2·3지구의 경우 경쟁사들이 파격적인 금융 지원과 공사비 동결이라는 역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삼성의 선별 수주 기조라면 오히려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사비 검증 제도 강화 역시 위협 요인이다. 삼성물산은 높은 품질을 이유로 타사 대비 고가의 공사비를 책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검증 기구의 잣대가 엄격해질수록 "왜 삼성만 유독 비싼가"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행정적·여론적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강변을 따라 래미안 벨트를 확장하려는 삼성물산의 구상은 경쟁사들의 파상공세와 규제의 파고를 어떻게 넘느냐가 이번 수주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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