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거래량 80% 집중···블랙록 '초강세'토큰화와 디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
블랙록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라는 명성을 앞세워 ETF 시장에 진출했고 프랭클린 템플턴은 2021년 자산운용사 중 가장 먼저 토큰화 자산 '벤지(BENJI)'를 출시했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이 ETF로 편입되기 전부터 사모신탁인 GBTC를 운영해왔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점유율에서 약세를 보이지만 최고경영자(CEO) 캐시 우드의 유명세가 크게 작용했다.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제치고 압도적 1위
14일 더블록 기준 블랙록의 ETF 총 운용자산(AUM)은 860억 달러를 상회한다. 이는 2위 프랭클린 템플턴(370억 달러)을 2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ETF 전체 시장의 AUM은 1600억 달러 수준으로, 사실상 블랙록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ETF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블랙록의 초창기 점유율은 미미했다. 오히려 꾸준한 투자를 해온 그레이스케일이 선두권에 있었다.
그러던 블랙록은 24년 3분기에 AUM 200억 달러를 돌파하며 그레이스케일을 제치고 선두에 올라섰다. 이후 24년 4분기에는 500억 달러를 운용하면서 2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1분기는 매도로 인해 500억 달러의 AUM을 유지했으나 2분기 들어 860억 달러를 기록하며 72% 증가했다. 거래량도 전체 8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에 이어 3위는 그레이스케일이다. 그레이스케일은 과거 사모 상품인 GBTC와 신규 상품인 BTC를 합쳐 총 270억 달러의 AUM을 운용하고 있다. 아크인베스트는 66억 달러를 기록했다.
회의론자 래리 핑크, '시장성·토큰화'에 주목
블랙록이 비트코인 ETF 상품을 공격적으로 늘린 데에는 CEO의 태세 전환이 한몫했다. 시장의 포식자로 자리 잡기 전까지 블랙록은 비트코인 회의론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평소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이라며 가치를 폄하했다.
그러던 그는 2024년 돌연 "과거 비트코인에 대한 나의 의견은 틀렸다. 비트코인은 이제 합법적인 금융 상품"이라고 정정했다.
래리 핑크는 우선 비트코인이 시장성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봤다. 블랙록의 '아이쉐어스 비트코인(IBIT)'의 AUM이 100억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약 50일이 소요됐다. 이는 금 현물 ETF 'GLD'의 27개월, 나스닥 ETF 'QQQ'의 9개월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였다. 비트코인 수요를 읽은 래리 핑크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라는 신뢰를 강점으로 이를 빠르게 확장시켰다.
비트코인과 함께 토큰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올해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토큰화'는 모든 자본시장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며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만들어 즉시 거래·이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 접근성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기존 규제·절차 장벽으로 막혔던 고수익 기회에 더 많은 투자자가 접근 가능하다"며 "개장시간 개념이 사라지고 결제 지연으로 묶인 수십억 달러가 즉시 경제로 재투입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비트코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래리 핑크가 주목한 건 토큰화뿐만이 아니다. 그는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봤다.
그는 서한을 통해 "1989년 이후 미국의 부채는 GDP 증가 속도의 3배로 불어났다. 올해 이자 비용만 9520억 달러로, 국방비를 초과할 전망"이라며 "미국이 부채를 통제하지 못하고 적자가 계속 불어나면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자산에 뺏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의 각 블록은 대략 10분마다 채굴된다. 반감기 이전에는 블록당 6.25개가 생성되었으나 현재는 3.125개로 줄었다. 이에 따라 하루에 생성되는 비트코인의 양은 900개에서 450개로 떨어졌다. 글래스노드 분석에 따르면 연간 공급 인플레이션율은 1.7%에서 0.85%로 하락했다.
본지가 세계금협회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금의 인플레이션율은 2%를 넘어선다. 해당 보고서는 25년 1분기 기준 금의 총량을 21만6265톤으로 집계했으며 연간 금 채굴량은 약 3000~3600톤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코로나19 창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등 악재로 하락했음에도 디플레이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전설 레이 달리오도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립자는 최근 포트폴리오의 15%를 금과 비트코인에 배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도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으나 최근 들어 이를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모두 채무불이행의 악순환에 빠졌다. 1930년대, 1970년대처럼 서방 경제는 동시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며 "현 상황에서는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장기 통화가 효과적인 자산 다각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