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공개매수, 장내매수로 지분 95% 초과 확보내년 2월까지 소액주주 지분 매입···보호 대책 내놔 매입가격 4100원 그대로 제시해 주주 불만 고조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패션브랜드 '탑텐', '지오지아'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이달 말 상장폐지 이후 6개월여간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4100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신성통상은 오는 26일 상장폐지 의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같은 날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신청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2월까진 소액주주들에 대한 주식 매입이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신성통상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주식 매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6월 1차 공개매수에서 잔여 지분을 매수한 뒤 상장폐지를 시도했으나 개인투자자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후 지난 6~7월 2차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94.55%까지 끌어올렸다.
기업이 자진 상폐를 위해서는 총 발행 주식의 95%를 확보해야 하기에 신성통상 측은 2차 공개매수 종료 직후 장내매수에 나섰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 가족회사이자 신성통상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지난달 15~21일 5거래일에 걸쳐 약 120만주를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기존 53.11%에서 53.94%까지 0.83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일가의 지분율도 95.19%까지 높아져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1년여에 걸쳐 자발적 상장폐지 조건을 충족하고 이번 투자자 보호대책까지 내놨지만 신성통상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오너 일가 간 지분 거래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해서다. 신성통상은 1차 공개매수에서 주당 2300원, 2차 공개매수에서 주당 4100원을 각각 제시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가나안이 염 회장의 자녀들인 염혜영·혜근·혜민씨로부터 장외시장에서 사들인 매수가격(4920원)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신성통상 측이 제시한 매입 가격에 반발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지난달 17일 기준 4.81%(691만3773주)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가격 형평성은 물론 그간 저조한 배당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염 회장은 2012년 이후 10여년 가까이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23년에야 주당 50원, 72억원 규모의 소액 배당을 실시했다. 그러나 가나안은 2021년부터 폭탄 배당을 실시해 한때 배당성향이 49.44%에 달했다. 가나안 주주 구성을 보면 염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신성통상 이사(지분율 82.43%), 염 회장(10.00%), 신성통상 2대주주인 에이앤패션(7.57%) 순이다. 가나안이 배당에 나서면 오너 일가가 독식하는 구조인 것이다. 올해 1분기 신성통상이 쌓아둔 현금과 이익잉여금은 총 4171억원에 달한다. 이날 기준 신성통상의 시가총액은 5791억원에 불과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로 저평가 영역(1배)을 간신히 넘겼다.
한 신성통상 주주는 "회사 측이 제시한 매수가격에 주식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이달 말 임시 주총에서 회사의 입장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액주주의 반발이 난관으로 남은 가운데 신성통상의 상장폐지 적정성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가나안의 염 회장 일가 신성통상 지분 매입 과정에서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신성통상은 "수사기관 요청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해 왔고 향후에도 조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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