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동네마트, 일반 식당, 의원, 학원 등 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쓸 수 있다.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백화점, 온라인몰은 일괄 제외다. 제도 취지는 소상공인 지원이지만, 정작 그 경계는 모호하다. 같은 유통망 안에서도 갈린다. 간판은 대기업이지만 실제로는 개인 사업자인 가맹점주들조차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구조는 자영업인데, 이름값만으로 정책 수혜 대상에서 탈락했다.
유통 현장을 들여다보면 모순은 더 뚜렷하다. SSM은 지역 기반 유통망이다. 2020년 재난지원금 당시에는 일부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전국 500여 개 가맹점이 통째로 제외됐다. 정책은 4년 전보다 더 좁아졌는데,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를 장담한다. 소비자가 '되는 곳'보다 '안 되는 곳'을 더 많이 외워야 하는 시스템에서 과연 소비는 살아날 수 있을까.
배달앱은 또 다른 난제다. 온라인 결제는 안 되지만, 가맹점과 직접 만나 오프라인으로 결제하면 된다. 제도 설명만 수차례. 사장도 손님도 헷갈린다. 자영업자는 매출보다 민원 대응에 시간을 쓴다. 정부는 소비를 유도한다며 쿠폰을 줬지만, 소비 흐름은 끊기고 있다. 소비 진작이 아니라, 소비 제한이다.
유통시장은 생태계다. 하나를 밀어주면 다른 하나는 밀린다. 편의점 가맹점주는 쿠폰 수혜를 기대한다. 반면 대형 유통업계는 다시 긴장 상태다. 2020년엔 지원금 배제 후 월 매출이 20% 빠졌다. 구조는 똑같다. 이번엔 더 정교하게 특정 채널만 살아남는 구조다. 이름만 다를 뿐, 설계 방식은 판박이다. 정책이 바뀐 게 아니라, 필터가 더 정교해졌을 뿐이다.
정부는 행정 편의가 아니라, 소비자 경험을 중심에 둬야 한다. 시장은 구획이 아니다. 소비는 계산보다 감각이다. '쿠폰을 어디서 쓰느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돈이 흘러가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구조로 작동한다. 지금의 구조는 불편하고, 닫혀 있고, 비효율적이다. 소비는 조건이 아니라 자유일 때 살아난다. 돈을 줬다면, 믿고 맡겨야 한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quee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