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회생효율성 고려한 전략적 통합 매각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 점포 일괄 인수 구조 부각실질 인수 비용 1조 미만, 부동산 자산 변수가 관건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홈플러스 중계점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입점 점주 간담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전국의 하이퍼마켓(대형마트)과 슈퍼 슈퍼마켓(SSM, 익스프레스)을 통합해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해 추진했던 SSM 분리매각은 최종 무산된 바 있으며, 이번 인수전에서도 분리매각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매각 추진 배경에는 무형자산의 시너지 효과와 회생절차의 실효성을 동시에 고려한 판단이 작용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SSM 간 통합 소싱 시스템을 구축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단일 앱 '마이홈플러스'를 통해 두 채널을 아우르는 고객 서비스와 포인트 시스템, 마케팅 등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또한 배송망 역시 두 채널이 함께 운영 중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원화 없이 동일한 구매 경험이 가능하다. 이를 분리 매각할 경우 고객 데이터와 운영 인프라가 해체되면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수익성이 높은 SSM만 별도로 매각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약 6천억 원 규모의 인수가가 제시됐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들어 분리매각은 청산 회피용 차선책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회생절차 내 진행되는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실제 인수 비용'에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PwC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총자산은 6조8000억원, 부채는 2조9000억 원, 청산가치는 약 3조7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기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보통주 투자금 2조5000억 원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새 인수자는 지분 인수 없이 신규 자금 투입만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는 "7조 원짜리 아파트에 2.9조 원의 전세가 들어 있고, 전 주인이 지분을 포기한 상황에서 새 주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2조 원을 빌리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메우면, 실제 1조 원 미만의 자금으로 아파트를 가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인수자의 실질적 자금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4조8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은 인수 구조에서 핵심 변수다. 담보 인정 비율(LTV)에 따라 약 2조 원의 차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이를 회생채권 상환에 활용하면 인수자가 현금으로 메워야 할 자금은 1조 원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쿠팡, 네이버, 알리익스프레스 등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고금리 차입 부담과 오프라인 점포 노후화, 설비 투자 필요성 등 현실적인 리스크 요인이 존재해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아직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회생 중이지만 유통 인프라와 부동산 등 핵심 자산을 갖춘 매물인 만큼, 전략적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업황 불확실성과 자금 조달 여건 등을 감안한 신중한 접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최근 일부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전자단기채(ABSTB) 관련 기사 내용에 대해 8일 공식 해명 자료를 내고 "ABSTB를 공익채권으로 인정하거나 조기 변제하기로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해당 채권은 당사의 직접 채무는 아니지만, 카드사 매입대금을 상거래 채권으로 취급해 회생계획에 반영했고, 전액 변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책임 있는 자세로 회생절차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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