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중심 가계대출 증가세···규제 전 막차 수요 몰려각 은행별 가계대출 규제 제각각···소비자 혼란 부추겨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막차 수요'···당국 "관리 가능한 수준"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5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5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4조2000억원으로 자체 대출이 2조5000억원 늘며 전월(1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최근 주담대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담대 증가폭은 3월 2조5000억원, 4월 3조7000억원을 기록하고 지난달에는 4조2000억원에 달했다.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오는 7월 대출 한도를 옥죄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기 전에 막차 수요가 몰린 탓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시 연 소득 1억원 직장인의 대출 한도는 최대 3300만원 줄어들 전망이다.
대출 금리 내림세 또한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요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한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 증가세는 2~3월에 늘어난 주택 거래량이 시차를 두고 주담대 대출 잔액에 반영된 것"이라며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금융사의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즉각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별 가계대출 대책 '가지각색'···대출 실수요자는 '혼란'
대출 막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각 은행에서는 비대면 주담대를 중심으로 '오픈런 마감'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지난달 말 KB국민은행 모바일 앱 'KB스타뱅킹'에서는 오전 9시 전에 신청 가능 대출 건수가 마감됐다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대출 또한 오픈런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사례가 속출했다.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은행들의 대응방안이 모두 제각각인 점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17%p 올렸고 농협은행은 수도권 1주택자 대상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0.06%p 인상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주담대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렸고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한도를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두 배 확대하며 문턱을 낮췄다. 기업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0.1%p, 전세대출 금리를 0.2%p 내렸으며 비대면 전세대출 금리도 0.1%p 내리기로 결정했다.
은행별로 대응이 천차만별인 데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각 은행의 대출 잔액과 여신 관리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들은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추가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억제 전략을 펼치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은행은 막차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저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책이 다른 것"이라며 "한도 여유가 있는 은행은 막바지 주택 수요자들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기 대출 증가세 '정상' 평가···레버리지 재가동 경계도
시장에서는 최근의 대출 증가세가 위기의 재현이 아닌 시장 정상화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이 고금리 당시 대출을 줄여온 만큼 금리 인하기 속에 지금과 같은 대출 증가세는 정상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떨어지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 수요를 마냥 놓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 장기화에 힘입어 정점을 찍었던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이자수익자산 성장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NIM 축소를 고려하면 은행권의 이자이익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새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커질 경우 은행의 수익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한편 일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무리한 레버리지가 재가동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리 인하 환경은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 매입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3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 움직임도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뒤 주담대 취급 실적은 4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 속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요에 따른 대출 증가를 비판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물론 과도한 쏠림 현상은 특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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