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한미 실적 부진 속 해법 모색조직 개편으로 중장기 전략 강화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3909억원과 영업이익 590억원, 순이익 4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 29.3%씩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한미사이언스는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5% 늘어 3321억5000만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5% 줄어 270억6700만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4% 줄어든 244억5000만원이다.
1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회사 측은 해외 자회사 등의 경영 정상화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1분기 매출 965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70.5% 감소하는 등 실적이 악화했다. R&D(연구개발)에도 1분기 매출의 14.1%에 해당하는 553억원이 투입되며 수익성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한미약품그룹은 전문 경영인 체제 확립을 통해 실적 반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김재교 대표이사와 심병화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미사이언스 내부 조직을 개편했다. 대내외 혁신 발굴을 위한 이노베이션 본부와 미래 신사업 개발을 전담할 기획전략본부 등 지주사 핵심 조직을 구축했고,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과의 협력 체계 복원에도 나섰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하며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 구축을 천명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다. 후임으로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게 된 김재교 부회장은 유한양행 출신으로 메리츠증권 부사장 등을 역임한 외부 영입 인사다.
지난해 분쟁 당시 임종윤·종훈 형제 측과 대립했던 대주주 연합 측은 한미약품그룹에 한국형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글로벌 제약사 '머크'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머크는 가족위원회와 파트너위원회 등 두 개의 위원회를 운영하는데, 가족위원회는 머크 가문의 일원과 머크 사업 분야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로 혼합해 파트너위원회 구성원을 선출한다. 이후 회사는 파트너위원회를 통해 경영진을 선임하고 주주는 지분만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다.
현재 송영숙·임주현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모녀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투자운용사(PE) 라데팡스 등 대주주 연합은 공동의사결정을 위한 비공식 협의체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부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진입한 상태이고, 신동국 회장은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임 부회장이 신약개발 R&D 부문 지원에 집중하는 등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김 대표가 인사를 비롯한 전반적인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가 신설한 기획전략본부는 지난해 분쟁 중 단절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간 협업 체계 회복을 위한 조직으로, 경영전략팀과 사업전략팀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전략팀은 그룹과 계열사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신성장 사업 기획을 추진한다. 사업전략팀은 다양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기회를 확장하고, 체계적 관리로 성공 가능성을 확대하는 일을 맡는다.
이노베이션 본부는 'C&D(Connect & Development)전략팀'과 'L&D(Launching & Development) 전략팀', 'IP팀'으로 구성되며 한미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및 라이선싱 전략을 강화하고, 내부 기술 및 제품 라이선스 아웃 등 글로벌 사업화 전략을 강화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특히 외부에서 한미약품 R&D에 필요한 자원을 당겨오는 역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운영되던 한미약품그룹 스태프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공식적인 외부 행사 등은 최대한 자제하고 내부에서 한미약품을 비롯한 각 계열사 대표, 각 부문별 임직원들과 만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취임 후 첫 CEO 메시지 역시 사내 전산망을 통해 전달했는데, "한미사이언스는 지주회사로서, 한미약품은 핵심 사업회사로서, 그리고 30여 개 관계사들은 유기적 협력으로, '신약개발 명가'라는 한미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며 "이제 '혁신적인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붐을 이끈 '신약명가'로 알려졌지만, 지난 2021년을 마지막으로 굵직한 신약 기술수출 소식이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지난 2018년 유한양행 재직 당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해외제품명 '라즈클루즈')를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일을 주도한 만큼 한미약품그룹에서도 기술수출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 대표는 가칭 '이노베이티브 듀얼 모멘텀'(Innovative Dual Momentum) 전략을 통해 사업회사가 밀고, 지주회사가 당기는 협력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신약 기술수출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한미약품 주도의 내부 역량 기반 R&D와 한미사이언스가 주도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파이프라인을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체제 확립으로 주가 부양과 R&D 성과 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단기간 내에 이루긴 어려울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적도 R&D 성과도 최소 올해 하반기에나 회복이 예상된다는 진단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영진을 전문경영인으로 대거 교체해 한미약품 등 자회사로의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면서 "그러나 조직 안정화 및 이에 따른 경영 정상화를 단시일 내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는 상반기 유통재고 조정이후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하반기 임상 3상 종료, 임상결과 발표, 그리고 빠르면 4분기 신약신청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외 비만 파이프라인은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등에서 임상결과 발표하는 등 하반기로 갈수록 R&D 이벤트도 풍부할 것"이고 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지연됐거나 주춤했던 한미의 사업들이 매우 역동적으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 한 임원은 "지주사가 해야 할 사업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는 김 대표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가치 밸류업을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면서 "한미의 회복을 김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