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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롯데, AI '두뇌풀가동'···전 계열사 디지털화

유통·바이오 채널 AI 유통 삼국지

롯데, AI '두뇌풀가동'···전 계열사 디지털화

등록 2025.05.19 07:42

수정 2025.05.19 07:44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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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式 유통 체질 개선···마트부터 물류까지 AI로 재편AI 윤리 강조, 투명하고 공정한 기술 활용직무급제 도입과 계열사 재편 추진

롯데, AI '두뇌풀가동'···전 계열사 디지털화 기사의 사진

롯데그룹이 AI 기술 개발에 힘을 주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혁신' 주문에 따라 유통 계열사들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신 회장의 주문에 따라 신선식품 품질 관리를 AI 중심으로 재편했다. 과일 선별에 도입된 AI 시스템은 당도와 병해, 내부 조직 상태까지 정밀 분석한다. 도입 2년 만에 관련 품목 매출은 100억 원을 넘었고, 고객 불만은 30% 가까이 줄었다. 삼겹살에도 품질 자동화 기준을 도입해 매장 간 품질 편차를 줄였다. 단순히 '기계가 판별한다'는 것이 아니라, 품질 기준의 일관성과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AI가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술은 매장 운영을 넘어 공급망 전체로 확장 중이다. 롯데마트는 영국 오카도와 협업해 AI 기반 그로서리 앱 '제타'를 출시했다. 고객의 구매 주기, 선호도, 소비 성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바구니를 자동 구성하는 방식이다. 단순 추천 알고리즘을 넘어, 물류와 재고까지 연결되는 예측 시스템 구축이 목표다. 내년부터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이 적용된 부산 자동화 물류센터가 가동될 예정으로,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범위도 대폭 확대된다. 롯데는 이 같은 센터를 전국 6곳으로 늘려 2032년까지 배송 처리량을 현재 대비 2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술 개발의 무게중심도 달라지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전담 조직 'AI Tech LAB'을 신설하고, 자체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를 구축했다. 단순한 문서 요약이나 회의록 자동화를 넘어, 문맥을 이해하고 보고서 초안을 완성하는 '두뇌풀가동' 기능이 특징이다. 특히 복잡한 업무 흐름 속에서 결론 도출을 유도하는 문장을 스스로 제안해, 관리자 의사결정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그룹 내부에서 월평균 15만 건 이상 사용되고 있으며, 금융·공공 부문에 특화된 온프레미스 버전도 별도로 공급되고 있다.

아이멤버를 중심으로 한 AI 전략은 이제 유통 외에도 그룹 전반으로 확장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 컬러매칭 시스템에 AI를 적용해 하루 생산 효율을 50% 가까이 끌어올렸고, 롯데정밀화학은 원자재 시황 분석과 계약 단가 예측에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리스크를 줄였다. 금융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은 별도 망 환경에서 아이멤버를 구축하고, 상담 자동화 솔루션을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그룹 공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성형 AI가 전 계열사에서 실무 도구로 자리 잡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롯데는 기술 못지않게 'AI의 책임'에도 선을 그었다. 지난해 선포한 'AI 윤리헌장'은 인간존중, 투명성, 공정성 등 여섯 가지 원칙을 명문화했다. 이는 유네스코와 과기정통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용한 것으로, 향후 롯데 내 모든 AI 개발·운영 프로세스에 적용된다.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외형적 진전과 별개로, 그룹 전반에 걸친 체질 변화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제타 앱은 기존 이커머스 업계의 개인화 추천 시스템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아이멤버 역시 특정 부서나 계열사 중심으로 활용이 제한돼 있다는 평가가 있다. 그룹 전체가 AI 중심 조직으로 전환 중이라고 단언하기엔 아직 성과와 실행 간 간극이 있다. "성과보다 수치를 먼저 말하는 방식은 내부 구성원 설득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존재한다.

한편, AI 전략이 가려버린 다른 의제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 뒤에, 구조조정이나 인력 효율화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롯데는 최근 직무급제 전면 도입과 계열사 통합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로 인한 효율이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어떤 변화를 강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 회장의 행보는 명확하다.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기술을 수단 삼아 조직과 경영 방식을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는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설까지 겹치며 시장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며 "하지만 올해 들어 신 회장이 위기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경영 방식 자체를 다시 짜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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