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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사활' 건 운용사들, 좀비상품에 출혈경쟁까지 '점입가경'

증권 증권일반 ETF 150조 돌파

'사활' 건 운용사들, 좀비상품에 출혈경쟁까지 '점입가경'

등록 2024.07.04 07:32

유선희

  기자

작년 6월 ETF 순자산 100조원 돌파 후 1년 만에 50% 증가시장 점유율 놓고 자산운용사 '수수료 인하' 치열한 각축전타사 상품 폄하·베낀 상품 우후죽순···전문가 "자정 노력 필요"

'사활' 건 운용사들, 좀비상품에 출혈경쟁까지 '점입가경' 기사의 사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지난달 18일 150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50조원의 뭉칫돈이 단기간 몰렸다. 안정적이며 분산투자가 가능하단 장점을 가진 ETF가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사 간 상품 베끼기, 출혈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쟁력을 상실한 '좀비 ETF'가 등장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152조8083억원으로 지난해 말 121조657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26.22% 증가했다. ETF 시장 규모가 150조원 시대를 연 것은 2002년 국내 증시에 ETF가 출시된 지 22년 만의 기록이다. 특히 최근 ETF가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6월 100조원대를 넘어선 지 약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50% 증가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보였다.

상장된 ETF 상품 역시 급격히 불어나는 추세다. 2010년 64개에 불과했던 ETF 종목 수는 2020년 468개로 10년 만에 8배 가량 증가했다. 이후 2021년 533개, 2022년 666개, 2023년 812개로 매년 새로운 ETF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는 26개 자산운용사가 863개 상품을 운용하는 중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여러 종목을 묶어 투자하는 상품으로, 가격 급등락에 따른 변동 위험성이 적다는 장점이 크다. 증시에 상장돼 주식처럼 매매와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 편의도 높다.

풍부한 자금 유입과 상품으로 ETF 시장이 덩치를 키웠지만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점유율을 둘러싼 자산운용사 간 신경전이 대표적이다.

최근 운용 수수료를 최대한 낮춘 '수수료 출혈경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수료 인하 첫 신호탄은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쐈다. 지난 4월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S&P500TR' 등 미국 대표지수 투자 ETF 4종의 수수료를 기존 연 0.05%에서 연 0.0099%로 인하해 연 0.01% 이하 수수료를 처음 제시했다. 이후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표 금리형 상품인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 ETF 수수료를 연 0.05%에서 연 0.0098%로 내렸고, 한화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 등 중소형사들이 인하 행렬에 합류했다.

업계는 삼성자산운용의 수수료 인하가 점유율 방어를 위한 '제살 깎기' 선택이라고 봤다. 2020년 말 52조원대의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51.98%(27조50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운용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점점 자리를 내주며 2021년 42.47%, 2022년 41.96%, 2023년 40.25%로 줄어들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0년 25.31%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2021년 35.47%, 2022년 37.65%, 2023년 36.89%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두 회사의 격차는 더 좁아졌다. 지난 1일 기준 삼성자산운용 점유율은 38.86%,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6.29%로 차이는 2.57%포인트에 불과하다.

경쟁이 격화하다 보니 타 사 상품 폄하 발언 사태도 발생했다. 최근 이준용 미래에셋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자사 커버드콜 ETF 출시 간담회에서 "(타 커버드콜 ETF가)고객들을 현혹하기는 좋다", "미래에셋은 라디오 광고를 하거나 그런 식으로 껌 팔듯이 장사 안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라디오 등 매체를 통해 자사 ETF 브랜드 'KODEX ETF'를 홍보하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수수료 경쟁과 더불어 ETF 상품 양으로 승부한 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품의 질적 성장이 나타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2차전지·인공지능(AI)·빅테크·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집중한 테마형 ETF가 우후죽순 출시되고, 옵션 매도를 통해 분배금을 수취할 수 있는 커버드콜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추종하는 ETF 등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너도나도 내놓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일일 단위로 공개되는 자산구성내역(PDF)으로 운용 핵심 전략이 노출되면서 상품 특성을 모방하기 쉬운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눈길을 끌 수 있는 상품을 만들다 보니 타 사에서 흥행한 상품과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른 자산운용사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걸 보고 있을 수만도 없다"고 토로했다.

상품 경쟁력을 상실해 거래량이 0~1000주인 좀비 ETF가 넘쳐난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 2일 기준 거래량이 1000주 미만인 ETF는 241개로 집계됐다. 전체 ETF의 27.92%가 유동성을 잃은 상품이라는 뜻이다. 거래량이 '0'인 상품도 27개나 된다.

자본시장법상 ETF는 순자산총액(AUM)이 50억원 미만 3개월 유지되거나 순자산가치(NAV)와 기초지수의 일간변동률의 상관계수가 0.9 미만인 경우 등에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현재 AUM 50억원 미만으로 상장폐지 요건을 일부 충족한 상품은 54개에 달한다.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적으면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팔 수 없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KB자산운용, 한국투자자산운용 등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거래량이 저조한 ETF의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고 있다.

가파른 시장 성장에 따른 부작용은 필연적으로 나타나기에 자산운용사들의 자정적 노력이 밑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현재 ETF 시장은 업게 1, 2위 회사와 상위 종목들에 대한 거래 편중 현상이 두드러지며 유동성이 저조한 상품이 많아졌다"며 "PDF 등으로 상품 전략이 공개되다 보니 자산운용사마다 적극적이고 경쟁력있는 방침을 세우기 어렵고 상품 베끼기도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ETF 시장 성장세가 나타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자산운용사들이 기존 상품과는 차별화한 상품을 설계하고, 액티브 ETF로의 영역 확장에 나서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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