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 'A'에도 종합 B등급···지배구조 개선 '제자리'대표이사 3명에 의장 겸직···이사회 독립성·전문성 약화"사외이사 추천 다각화해야"···'선임사외이사' 필요성도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상장사에 ESG위원회 설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핵심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은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K-RE100'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한화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우수한 ESG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ESG기준원은 한화, 한화생명, 한화시스템에 ESG 종합등급 'A'를 매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투자증권도 각각 B+ 등급을 얻어 무난한 ESG 평가를 받았다.
다만 한화솔루션의 종합 ESG 등급은 모든 계열사 가운데 최저등급인 'B'에 머물렀다. '환경(E)'과 사회(S) 부문에서 A등급을 받고도 지배구조(G) 부문에서 C등급에 그친 결과다.
지난 2019년과 2021년 B+등급, 2020년엔 B등급이었던 한화솔루션의 지배구조 등급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C' 평가를 받은 곳은 한화솔루션이 유일하다.
한화솔루션이 지배구조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이사회 구성방식에 있다. 이구영 한화큐셀 부문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대기업의 이사회를 대표하는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와 분리해 선임하거나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야 이사회에 의한 경영진 감독이 가능해서다.
사내이사를 3명이나 되는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 것도 이사회의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업부문에 대해서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솔루션의 사내이사진은 이사회 의장인 이규영 큐셀부문 대표와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 남이현 케미칼 부문 대표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은수 갤러리아부문 대표는 인적분할에 따라 올해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임하면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이사회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 받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명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인 경우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하나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진통을 겪을 수 있고, 모든 의사결정을 총괄해 책임지는 역할도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려면 사외이사와 대표이사의 분리는 물론이고, 사외이사와 경영진 간 이해관계를 단절시켜야 한다"며 "노동이사제 등 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외국인 사외이사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관련 개선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회사의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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