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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 넘은 美 반도체 지원법, 길 잃은 'K-칩스법'

오피니언 기자수첩

선 넘은 美 반도체 지원법, 길 잃은 'K-칩스법'

등록 2023.03.03 13:29

이지숙

  기자

reporter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 지원법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지원금을 미끼로 다양한 독소조항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년 전인 2021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때보다 미국의 요구가 더 과도해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은 세제지원 조건으로 '국방·안보 분야에 첨단 반도체 우선 공급', '미 정부에 반도체 시설을 제공할 의사가 있는 지원자' 등을 내걸며 과도한 경영개입을 할 것이라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또한 향후 초과 수익에 대해서는 지원금의 75%까지 미국 정부에 반납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복잡한 문제는 '중국 투자'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전체 출하량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D램 공장에서 약 50%를 생산 중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등 일부 국가에 10년간 반도체 제조시설 확장을 금지하고, 중국과 공동 연구 또는 기술 라이선스를 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가드레일에 대한 세부 규정은 향후 공개될 예정이다.

미국이 다양한 독소조항을 내걸었으나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이유로 보조금 신청을 거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기술 연합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보조금을 거부한다면 반도체 핵심기술을 쥐고 있는 미국에게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반도체 생태계를 내재화하는 가운데 국내 상황을 돌아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모두 반도체 지원에 빠르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동등한 산업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지속되고 있으나 국회는 기약 없는 소모전만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최대 25%(대기업 기준 15%)까지 상향한 2차 개정안을 국회에 재상정했으나 현재 3월 국회에서도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같은 와중에 반도체 수출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 대비 42.5%, 급감했다. 이는 7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경쟁국이 반도체 산업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대기업 특혜 법안'이라는 소모적인 논쟁에 발목이 잡힌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던 일본은 경쟁력이 약화되며 현재는 소재·장비 분야에서만 강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반도체 제조 강국'이란 타이틀도 보장된 미래가 아니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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