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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오너 경영' 제약사, 득일까 실일까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오너 경영' 제약사, 득일까 실일까

등록 2023.02.21 14:56

수정 2023.02.22 08:32

유수인

  기자

주인의식 바탕 책임경영, 과감한 결정 가능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오너 중심의 보수적 경영스타일은 국내 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이에 업계에서는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화를 위해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히는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불안 요인 등으로 책임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경영 승계를 밟는 오너 2‧3세들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너 경영은 독단적이고 사익을 추구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나 반대로 주인 의식을 바탕으로 신사업 투자 등에 대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현재 제약사들은 과거처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사업에 의존하며 기업의 덩치를 유지하기 보다는 신약개발, 헬스케어 사업 등 분야를 다각화하는 추세인데, 여기엔 경영에 나선 오너 일가의 영향이 컸을 거란 게 중론이다.

또 제약사 오너 자녀들은 경영·경제학 등 약학과가 아닌 전공을 수료하고 해외에서 학업을 마친 후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이 규제산업인 제약업에 산업적 시각을 더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제약사 대표 및 고위 임원들 중에는 약대 출신이 많았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가업승계 방식을 고수한데다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산업이다 보니 업을 이해할 수 있는 실무와 경험을 두루 갖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던 오너 자녀들이 전면에 나선 데에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26년간 제약산업을 이끌어 온 동화약품은 오너4세인 윤인호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84년생인 윤 부사장은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최고책임운영자(COO)로 있으면서 사업을 총괄하고 일상 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하는 의사결정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동화약품 과장으로 입사해 2018년 초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2019년 3월에는 등기임원 자리에 오르며 이사회에 합류했다.

윤 부사장은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분야 벤처 기업에 투자를 지속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역량을 쏟아왔다. 대표적으로 의료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뷰노, 의료기기 제조업체 리브스메드, 헬스케어 스타트업 비비비, 바이오기업 제테마, 모바일 헬스케어기업 필로시스 등이 있다.

신약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인 심플렉스와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온코크로스와는 항암제 신규 적응증 발굴에 협력하기로 했고, 근육전문 연구개발 기업 애니머스큐어와도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에 대한 투자도 단행해 범불안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 등의 국내 판매권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확보했으며, 2020년에는 척추 임플란트 기업 메디쎄이를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동화약품의 전체 매출액 중 의료기기 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정도다.

또 지난해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매출액은 3404억원으로, 3000억원대를 회복했고 영억이익은 299억원을 기록했다.

동화약품은 2018년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으나 2020년부터 다시 2000억원대로 떨어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721억원, 231억원, 2021년은 각각 2930억원, 225억원이었다.

지난해부터 보령을 이끌고 있는 김정균 대표도 신성장 사업의 일환으로 우주 헬스케어산업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우주 관광 시대가 열리면서 무중력 공간인 우주에서 인간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기권 밖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 건강 상태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1985년생으로 창업주인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회계법인 삼정KPMG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보령제약에 이사 대우로 입사해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을 거쳐 2017년 1월부터 보령의 지주사격인 보령홀딩스에서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 임원으로 재직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매출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특히 작년 실적은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창사 이래 신기록을 썼다.

보령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605억원, 56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 37%씩 급성장했다. 당초 보령이 목표로 내세웠던 연매출 6500억원, 영업이익 560억원을 상회한 수치다.

제일약품은 오너3세의 등판 이후 ESG경영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ESG경영에는 막대한 인력 및 비용이 수반된다. 연매출이 6000~7000억원대에 불과한 중견 제약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적극 도입하려는 모습이다.

오너 3세인 한상철 부사장과 동생 한상우 상무는 지난해 12월 각각 사장과 전무로 승진했다.

회사 관계자는 "ESG경영을 도입하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컨설팅, 전문인력 충원 및 관리 비용, 친환경 시설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올해부터는 ESG 기준에 맞는 다양한 활동방안과 지속적인 성장 방안을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자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벤치마킹할만한 활동들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1976년생인 한 신임 사장은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 장남이다. 연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로체스터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07년 제일약품 항암사업부에 부장으로 입사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를 거쳐 2015년 부사장에 올랐다.

제일약품은 친환경 경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지난해 10월 프랑스 환경기업 '베올리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친환경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도 사무실 내 다회용컵 사용을 권장하는 '종이컵 제로'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전 임직원이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복장 규정은 '정장 착용'에서 '노타이 근무'로 개편했고, 자율복장을 입는 '캐주얼데이'엔 한 사장이 적극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호칭 문화도 개선해 수평적인 조직문화 정착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전문적인 경영 역량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새 사업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손실이 났을 경우 책임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며 "반면 오너들은 자신들이 해야겠다고 하는 부분에 있어 상대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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