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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눈치 없는 성과급

오피니언 기자수첩

눈치 없는 성과급

등록 2023.02.14 16:06

한재희

  기자

reporter
불과 몇 년 전 반도체 호황기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 분기 영업이익이 17조를 넘어서는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하는 등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모바일 사업이 실적을 이끌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체계는 명확했다. '성과가 있는 곳에 상이 있다'는 것.

삼성의 성과급철이 되면 주변의 상권이 들썩이는 것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풍경이다. 그렇다고해서 성과급을 받은 직원들에 질타하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는 사업이고, 그 사업을 이끄는 직원들이 당연히 받아도 되는, 납득할 수 있는 '돈'이어서다.

최근 은행권의 성과급은 눈치가 없다. 금융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데 따른 성과급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최대 실적의 이유가 '고금리'이기 때문이다. 기술력에 의한 것도,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에 의한 것도 아니고 금리가 오르면서 자연히 이자이익이 올랐다.

불과 1년반전 3% 후반이었던 대출금리가 지난해 말 최대 7%까지 치솟았다. 대출금리가 4%포인트 오르면서 차주들은 이자로 많게는 연간 200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 상황인데 그만큼 생활에서 쪼들릴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서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지자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예금금리가 올랐지만 오른만큼 대출금리도 오르는 구조다. 예대금리차가 쉽게 줄어들 리가 없다.

은행 직원들이 차주들의 늘어난 '부담'을 성과급으로 돌려받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금융사를 향한 비판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실제로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으로 전년도 1조193억원에서 3629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성과급 총액이 35% 가량 증가한 것이다.

금융사 성과급 체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못하다. 실적에 대한 성과급이라고 한다면 억울할만도 하다. 하지만 초격차 기술에 의한 사업의 성과도, 경쟁을 통한 성과도 아니라 은행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늘어난 이익을 모두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눈치 없는 처사다. 당국에서 연일 사회적 책임과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모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고금리에도 어쩔 수 없이 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금융사들이 앞다퉈 외치고 있는 '고객 중심' 경영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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