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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배구조 'D등급'에 우르르 몰린 제약사들

오피니언 기자수첩

지배구조 'D등급'에 우르르 몰린 제약사들

등록 2022.12.26 16:54

유수인

  기자

reporter
제약업계는 규제산업이라는 특성과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업 스타일로 인해 경영능력보다는 영업력이 더 강조돼 왔다. 때문에 의약품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리베이트가 빈번하게 이뤄졌고 오너가의 경영 세습도 일반적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업계의 지배구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약개발 중심으로 경영 환경이 변화하고 ESG경영의 중요성도 점차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명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경영기획 팀장이 최근 정책보고서(KPBMA Brief)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71개 응답사 중 절반 이상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37001' 인증을 받았고, 62%의 회사가 컴플라이언스 관련 프로그램과 전담조직을 갖춘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내 윤리경영이 내재화 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또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동아쏘시오그룹 등 대형 제약사는 물론 안국약품, 휴온스글로벌 등 중견·중소 제약사들도 잇따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한국 ESG기준원으로부터 지배구조(G) 부문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은 6곳에 불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에스티팜 정도다. 최고 등급인 S와 A+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다. 반면 D등급을 받은 기업은 30곳이 넘었다.

일각에서는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엄격한 평가 기준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규모가 작거나 신약개발 투자를 시작한 작은 기업들 사이에서는 ESG경영 투자 여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팀장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3.1%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ESG와 관련된 안건을 산정하는 경우는 33.9%에 불과했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고질적인 오너 중심 지배구조에 있다고 보여 진다.

제약사 중 이사회와 경영진이 분리된 곳은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기도 한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이사회의 독립성 여부를 직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웅제약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 중이나, 오너 2세인 윤재승 전 회장이 올해 '최고비전책임자(CVO)' 복귀해 사업에 대한 자문역할 맡고 있다.

게다가 일동제약, 보령, 삼일제약, 유유제약 등 일부 제약사들은 '책임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오너 3·4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오너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세습경영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경영자의 결단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적정 약가가 책정되지 않은 필수의약품을 계속해서 생산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할 때 여간한 확신과 사명감이 아니고서는 선택이 어려울 수 있다. 전문경영인이라고 해서 한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오너리스크의 취약성, 경영역량에 대한 문제 등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ESG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보다 세심한 전략이 필요할 때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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