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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연매출 고작 수십억 '진공단열재' 사업···12년 만에 철수한다

OCI, 연매출 고작 수십억 '진공단열재' 사업···12년 만에 철수한다

등록 2022.11.14 14:31

이세정

  기자

2006년 R&D 시작, 2010년 상업생산 개시당시만 해도 '꿈의 단열소재'로 높은 성장성수요 부진에 결국 철수, 3Q 누적 매출 47억태양광·고부가소재·바이오사업 집중육성 전망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OCI가 진공단열재(VIP) 사업에서 철수한다. OCI는 2010년 미래 먹거리로 진공단열재 사업을 낙점했지만, 수요 감소와 성장 둔화 등을 이유로 사업을 접기로 했다. 대신 OCI는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고부가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가능할 전망이다.

14일 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OCI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진공단열재 및 관련 사업 철수의 건'을 가결시켰다. OCI가 진공단열재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진공단열재 연구개발(R&D)에 돌입하면서다. 2005년부터 전북 군산공장에서 '퓸드실리카'를 생산해온 OCI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퓸드실리카 진공단열재 시장이 성장하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진공단열재는 '꿈의 단열소재'로 불리며 성장성이 높게 점쳐졌다.

OCI는 퓸드실리카가 생산되는 군산공장 인근인 익산에 40억원을 투자해 연산 20만개 규모의 진공단열재 라인을 깔았다. 2009년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1년 뒤에는 상업생산을 개시하며 공식적으로 시장 진출을 알렸다.

특히 OCI의 고성능 진공단열재 '에너백'은 스트로품 등 기존 단열재 대비 동일 성능 하에서 두께를 8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최장 40년까지 수명이 유지되는 내구성을 갖췄다. 또 OCI는 외부 온도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실내 온도를 목표 온도대로 제어하는 기술인 'PCM'(Phase Change Material)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기존 건축과 냉장고 시장 외에도 의약품과 반도체 소재 전용 고성능 콜드체인 운송용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OCI는 사업 초반인 2013년 증설로 진공단열재 생산 규모를 세계 최대 수준인 400만개로 늘렸다. 이 덕분에 2014년 45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2017년까지는 3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위축되며 123억원에 그쳤고, 2019년에도 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효과에 힘입어 122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백신 중 일부는 영하 70도 이하의 조건에서 운송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진공단열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백신 특수'가 끝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7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철수 결정으로 OCI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는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과 전자재료 등 고부가 소재 사업, 바이오 사업에 집중할 것이란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우선 OCI는 태양광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OCI는 지난달 미국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 공장을 기존 210MW(메가와트)에서 1GW(기가와트)로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총 4000만달러(한화 약 570억원)을 투자해 고출력·고효율 모듈을 생산하는 것이 골자로, 4분기 증설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말부터 상업생산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적지 않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부가 소재 제품군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OCI가 포스코케미칼과 설립한 합작법인 '피앤오케미칼'는 지난달 전남 광양에 과산화수소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약 1459억원이 들어간 이 공장은 연산 5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지는데, 이 중 3만톤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과산화수소다. 앞선 9월에는 충남 공주에서 이차전지 음극재용 고연화점 피치 공장이 착공에 들어갔다. 약 963억원이 투자되는 이 공장은 내년 7월 준공이 목표다. 이 경우 연산 1만5000톤 규모의 고연화점 피치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금호석유화학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과도 합작사를 설립해 전기차 경량화 소재로 사용하는 에폭시 원료 'ECH'(에피클로로히드린) 공장을 말레이시아에 건설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군산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라인을 반도체용 전용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기초 정밀화학과 시약사업 경험을 앞세워 진출한 제약·바이오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2018년 바이오사업부를 신설한 OCI는 유망 바이오 벤처와 펀드에 투자하는 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직접 신약 개발 과정을 수행하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 부광약품 지분 약 1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르며 단순 투자를 넘어 신약 상품화와 위탁생산(CMO) 등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한편, 문을 닫게 된 익산단열재공장의 활용처는 아직 미정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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