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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의 ESG 전망대

ESG의 불편한 진실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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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몇 번의 ESG 관련 세미나에 청중과 토론자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여전히 ESG에 대한 국내 청중들의 관심과 열기는 뜨거웠다. 청중들의 질문 내용들도 날로 깊이를 더하며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외람되지만 토론회의 열기, 깊이, 날카로움에 비해 토론자들의 답변내용들은 상대적으로 미흡하거나 엉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도 세미나의 시간적 제약이나 국내의 일천한 ESG전문성 현주소의 반증이 아닐까도 싶다. 앞으로 두 차례의 칼럼을 통해 그간 쟁점이 되고 있는 ESG관련 물음들에 대해 필자의 견해를 적고자 한다.

◇ESG 정보공개의 대상은 누구인가?
ESG 정보공개의 직접적 대상은 투자자인 주주들이다. 이른바 소비자, 종업원, 협력사, 규제자 등 다중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견해는 과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적 관점이다.

주지하듯 ESG라는 용어는 2004년 유엔 글로벌콤팩트가 펴낸 'Who Cares Wins(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즉 위의 보고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투자자들의 기업분석, 자산운용, 중개행위 등에 ESG를 통합할 때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맥락 하에서 ESG라는 조어가 등장했다.

연이어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이 등장하면서 ESG라는 용어는 보다 대중화된다. UN PRI 6대 원칙 역시 투자자들의 기업분석, 운용, 공시, 주주권 행사시에 ESG요소를 적극적으로 통합하라는 요청이다.

이렇듯 유엔이 나서서 투자자들과 ESG를 연계한 배경에는 전통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혹은 지속가능경영(SM)'가 갖는 '분식 혹은 워싱'에 대한 근본적 비판의식이 깔려 있었다.

기업의 자발성에 기대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운동, 규제, 소비자운동의 동력이나 기제만으로 반복되는 CSR워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따라서 유엔은 기업의 급소인 자금줄을 쥔 핵심 이해관계자인 주주(투자자)가 나서야 이 해묵은 워싱 논란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CSR에서 ESG로 용어가 바뀐 순간, '투자자 대상'이라는 묵시적 전제가 깔려 있다. 때문에 ESG 경영을 선포한 기업들은 그들 투자자의 관심과 이익에 부합하는 CSR이나 SM경영을 선별해 추구해 나가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과거의 홍보성 사회공헌성 CSR, 환경보호 캠페인 등은 ESG경영이 아니다. 또한 이것은 투자자들 관심의 대상도 아니다. ESG는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밀접히 연결된 CSR활동만 선택하여 그 영역에 기업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활동의 성과가 투자 전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업은 가급적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와 정보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는 화려한 언변과 수사보다, 무미건조할지라도 간명한 '넘버(Number)'를 더욱 선호한다.

하지만 ESG가 최근 힙하고 핫한 주제라고 할지라도, 다중이해관계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 CSR이나 SM활동도 그 나름의 의미를 갖고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고, 또 그렇게 되어야 바람직하다.

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투자자만으로는 태부족이다. 소비자, 지역사회, 종업원, 시민사회, 규제자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전방위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때 기업은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수백 년간 이어져온 기업경영의 관성과 관행을 투자자 홀로 바꿀 수는 없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ESG 정보 공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ESG경영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나?
참으로 오랫동안 빈번하게 제기되어온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우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양자 간의 관련성을 일반화하기 어렵고 따라서 답변 또한 쉽지 않다. 굳이 현답을 찾자면 다음과 같다.

즉 ESG경영은 기업경영의 여러 활동이나 전략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예컨대 마케팅, 인적자원관리, 재무회계, 공급망관리, 영업, 홍보전략 등과 동등한 차원이나 등위(等位)의 경영전략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의 여러 경영활동들 속에 내재화되어 동시에 실행될 수도 있다.

부연하자면 공급망 관리 경영에서 탄소 및 환경부하 저감이나 작업장 및 제품 안전 관리, 아동노동 및 과잉노동 배제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관리한다면 이미 그것은 ESG가 체화된 공급망관리를 의미한다.

또한 기업거버넌스에서도 주주 이익은 물론 이해관계자를 배려하거나 ESG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한다면 그것 역시 ESG적인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다.

ESG와 기업가치간의 관련성은 여타 경영 전략들처럼, '어떻게' 그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느냐에 좌우된다. 이는 마케팅 활동 그자체가 기업 가치 제고와 항상적 관련성이 없는 것과 같다.

실패한 마케팅 활동도 존재할 수 있고, 성공적 마케팅 활동도 존재할 수 있듯이 ESG경영에도 실패와 성공의 개연성이 상존한다. ESG역시 기업가치에 양날의 칼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패한 마케팅전략이라 해서 그것을 폐기할 수 없듯, 실패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ESG경영을 폐기할 수도 없다. 다만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혁신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더욱이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로 인한 명성 위험의 중대성, 탄소중립 2050으로 향하는 예정된 미래, 보다 ESG친화적인 MZ세대로의 경제활동인구 세대교체, 회계공시의 ESG의무화, 기업가치상 무형자산의 비중 증대 등의 시대전환을 고려할 때 ESG경영은 선택의 차원이 아닌 필수의 차원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지혜로운 자의 선택이다.

한편 ESG경영과 기업가치간의 관계 분석은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 위 질문에 쾌도난마식 답변이 어려운 근본적 이유다.

일반적으로 단기적 관점에서는 네거티브한 결과가 나온다. ESG경영은 단기적으로 자본비용이나 운영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혹여 ESG경영으로 단기 기업성과가 개선됐다면 그것은 ESG워싱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視界) 하에서 그 관련성을 운위할 때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위 질문은 '장기적 관점에서 ESG경영과 기업가치 간의 관련성'을 묻는 것으로 그 질문내용을 바꿔야 한다. 단기적 관점에서 ESG경영과 기업가치 간의 관련성을 묻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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